'한국 드라마의 대모' 김정수 작가가 돌아왔다(인터뷰)

김겨울 기자 / 입력 : 2010.01.28 17:08 / 조회 : 6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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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의 대모 김정수 작가가 2년 만에 돌아온다.

'전원일기', '그대 그리고 나', '그 여자네 집', '행복합니다' 등 따뜻한 가족애를 주로 그려온 김 작가가 오는 30일부터 방송되는 MBC 새 주말 드라마 '민들레가족'으로 돌아온다. 막장 드라마가 대세인 요즘 출생의 비밀, 불륜, 잔인한 악역 없이 김 작가는 특유의 감성과 시선으로 그릴 것임을 공언했다.

드라마의 시청률을 높여주는 소위 막장 코드를 빼고 작품을 쓰겠다는 이 고집스런 작가를 28일 경기 일산 MBC드림센터에서 만났다.

"1979년 공모에 당선돼 정동 MBC에 갔다. 그 때 최불암씨를 만났는데 나도 모르게 어디선 본 사람인 줄 알고 인사를 했다.'수사반장'으로 봐서 내가 아는 사람인 줄 알고.(웃음)"


"그 때 AD 중에 운동화를 신고 3층에서 부르면 3층으로, 4층에서 부르면 4층으로 뛰어다니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분이 지금의 김종학 감독이다."

당시 배우 임예진이 최고의 스타였고, 이효춘, 한진희, 이정길이 지금의 장동건, 이영애 부럽지 않은 톱스타였다고 김 작가는 한참동안 기억을 되새겼다.

벌써 30여 년이 지났다. 김 작가는 세상이 바뀌었고 가족이 변했고, 드라마 판도 달라졌다고 했다.

"이번 드라마에서는 장남(재하 역, 김동욱 분)임에도 불구하고 장가를 안가겠다고 한다. 이제 아이들이 장남 아니면 차남 밖에 없는데 '그 여자네 집'의 태주(차인표 분)나 '그대 그리고 나'의 동규(박상원 분)처럼 가족을 위해 전부를 희생하는 장남은 거짓말 같다."

그는 자신의 조카를 모델로 그렸다며 "내 동생이 '저 미친 놈 봐라'라고 할 정도다. 어려서부터 일본 문화 마니아고, 사랑하기보다는 여행을 가는 녀석이다. '왜 사랑을 안 하냐'고 물으면 '사랑도 연애도 귀찮다고 한다' 그게 요즘 아이들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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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들의 위상도 전과 많이 달라진 점으로 꼽았다. "남편이 대학교수를 하고 65세 정년이 돼 은퇴했다. 처음에 1년은 정말 열심히 멋지게 사는 가 싶더라. 그러다 아픈 친구, 망해서 낙향한 친구, 만날 사람이 없어지고 안됐다는 생각이 들더라. 우리 주인공도 마찬가지다. 자기는 아직 유통기한이 남았다고 생각하는데 사회에서 폐기처분된 느낌. 그게 바로 우리 아버지들이다."

그는 개성 넘치는 세 자매를 둔 중산층 가족이 배경인 '민들레가족'의 아버지 상길(유동근 분)을 예를 들었다. 극 중에서 상길은 성실하게 일해 오 대기업에서 부사장 승진을 목전에 두고 명예퇴직을 당하며 실의에 빠진다.

"아버지들이야 말로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 일 수 있다. 화가가 되고 싶어도 음악이 하고 싶어도 공부를 하고 육사를 간 장남들은 가정을 일으켜야 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곤 얼마 전 뉴스에 나온 대기업 임원이 자살한 사건에 대해 언급했다. "그 분도 일밖에 몰랐을 것이다. 더러 시간나면 폭음이나 하고 우아하게 놀 줄 모르고, 집에서도 아버지는 있으면 불편한 존재다. 어머니가 불쌍한 것이 아니라 아버지가 불쌍한 것일지도 몰라."

이처럼 가족 때문에 고생하고 아버지들, 연애도 결혼도 싫다는 요즘 아이들에게 김 작가는 어떤 가족 드라마를 그리고 싶었을까.

"부부 사이가 일종의 훈련 같다. 이 원수야. 저 원수야. 하면서도 텔레비전에서라도 결혼이라는 것이, 짝꿍끼리 위로를 해준다는 것이 ,내가 살아볼 때도 좋았다. '결혼이 그렇게 못 견딜만한 것은 아니란다. 얘들아' 이걸 보여주고 싶었다."

"드라마는 계도적인 측면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드라마는 세 살부터 40대 50대, 60대까지 다 보는 가족드라마다. 그래서 자극적인 장르도 허용되는 드라마나 영화와 다르다. 물병을 정면으로 봤을 때 가장 아름답지. 최고의 현미경으로 미세하게 보는 것이 아름다울까. 드라마는 그러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드라마에서 잔혹한 장면이나 금기가 있어야 하고, 스스로 정해놓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에게 말초적인 심리를 자극하는 막장 드라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는 "그 사람들이 그것을 좋아서 쓸 것이라고는 생각 안한다. 나보다 영리한 사람이고 드라마를 상품이라고 보고, 방송사에서 많이 보는 상품을 만드라는 것을 따르는 것이다.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 한다"라면서도 씁쓸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30년 전에는 작가에게 고료 자체가 문제된 적은 없었다. 드러내놓고 원고료가 얼마니 출연료가 얼마니 이런 적이 없었는데. 자본이 들어서고 드라마가 작품이 아닌 상품이 됐다는 것이 너무 놀랍기도 하고 섭섭하다. 그 때는 드라마가 소설 작품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드라마 쓰는 것에 대해 자긍심이 대단했는데, 그런 점에서 그 시대에 살았던 나는 행운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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