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성 "아직도 청담동 호루라기? 기다리세요"(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09.06.22 14:04 / 조회 : 4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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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이진성 ⓒ홍봉진 기자 honggga@


'청담동 호루라기' 이진성이 돌아왔다. 2007년 훌쩍 미국으로 떠난 지 벌써 약 2년. 보다 넓은 세상에서 많은 걸 보고 느끼고 돌아왔다는 그는 최근 청담동의 레스토랑 사장님으로 복귀했다. 표정부터 한결 여유로워진 모습이었다.


"나이가 더 되기 전에 가고 싶었어요. 결혼하고 그러면 그땐 못 갈 것 같아서…. 이젠 잘 될 일만 남았다니까요. 왜냐면 다 망해봤으니까요 하하하."

이진성의 말을 그대로 빌리면 그는 참 어린 나이에 큰 것을 얻었다. 빙상경기연맹 이사라는 직함이 있었고, 대학에서는 총학생회 총무국장을 했다. 청담동에 스시바를 열어 대박을 친 적도 있다. 싸이의 친구로 엉겁결에 TV에 출연했다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연예인으로도 데뷔했다. 그러나 이진성은 "운동선수로도 앞이 투명하지 않았고, 연예인으로서도 마찬가지였다"고 털어놨다.

"영어고 공부하고 사업구상도 할 겸 잠깐 가려고 했던 것이 이렇게 길어졌어요. 활동하면서 사람들에게 상처받고 하니 사람이 싫어지기도 했고요. 넓게 보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왔어요. 사실 연예인 생활을 하다보면 저도 모르게 일상이 방탕해지거든요. 운동선수 시절엔 규칙적인 생활을 하다가 '좀 더 자지 뭐', '좀 더 늦게 가지' 뭐 이런 식이 되는 거죠. 그럼 바로 '쪽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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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이진성 ⓒ홍봉진 기자 honggga@



실제 그에게선 사업가적 면모가 물씬 풍겼다. 아는 형과 동업이긴 하지만 프랑스 레스토랑 '레 보(Les Boux)' 사장인 그는 직접 소시지를 굽고 가게 곳곳과 손님을 챙길 만큼 애정을 쏟고 있다. 인터뷰 당일 오전엔 직접 가게 앞마당을 쓸고 있을 정도였다. 미국에 가기 직전 오픈했다는 레스토랑은 맛으로 벌써 이름이 높다. 이진성은 "셰프가 정말 요리를 잘한다"며 가게 홍보도 잊지 않는다.

그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그를 '청담동 호루라기'로 대표되는 부잣집 출신 잘 노는 날라리로만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맞는 말이다. 기자 역시 그를 직접 만나기 전까지는 그에 대한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았으니.

"'청담동 호루라기'라는 말을 정말 싫어했어요. 사람들이 그렇게 절 부르면 바로 성질을 내면서 쳐다보곤 했어요. 날라리? 제법 놀 줄 아는 날라리는 맞아요. 유쾌한 사람이지만 양아치는 아니죠. 저는 선을 지키는 사람이에요. 오해가 많았어요. 지금은 좀 여유가 생겼다고 할까요? 예전엔 모든 게 불쾌했다면 사람들이 절 겉보기로만 생각한다 해도 지금은 '오케이, 기다리세요. 그럼 알게 되실 거예요' 이렇게 생각이 바뀐 거죠.

'호루라기'라는 별명조차 고마워해야 하는 이유를 알겠어요. 그것마저도 행복한 일이라는 걸 느꼈거든요. 제게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지어준 별명이고, 또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별명이잖아요. 저의 이미지 자체를 만든 것이기도 하고요. 이젠 일을 열심히 하면서 이미지도 바꾸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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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이진성 ⓒ홍봉진 기자 honggga@


떠나리라 생각했던 연예계에 2년 만에 복귀하기로 한 것도 '청담동 호루라기'로서, 연기자 이진성으로서 살아가는 행복을 느낀 탓이다. 이진성은 "제가 연기를 열심히 한다고 해서 배용준이 되겠습니까, 장동건이 되겠습니까"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선수 시절 처음엔 스타트라인에 있으면 후들거렸는데 나중엔 그 사람들이 날 쳐다보는 게 행복했어요. 지금 그와 비슷한 기분을 느껴요. 사람들이 내 말에 웃고 즐기는 걸 보면 참 감사해요. 연예인은 그 고마움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주어진 역할에서 100을 하겠다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일겁니다. 그래도 연기를 하면서 남의 인생을 한 번 살아보는 게 좋고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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