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뜨고코베인, 브로콜리너마저..인디밴드 작명법은 못말려

이수현 기자 / 입력 : 2009.04.30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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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와 얼굴들, 브로콜리 너마저, 마이앤트메리, 언니네이발관(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로로스, 짙은, 세렝게티, 비둘기우유'

이 아리송한 단어들은 지난 3월 개최된 제 6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 부문 후보들의 이름이다.

주로 서울 홍대 인근의 클럽 등에서 음악 활동을 벌이고 있는 소위 '인디밴드'들은 실험적이고 독특한 음악도 유명하지만 톡톡 튀는 이름으로도 눈길을 끈다.

최근 '인디계의 서태지'로 불리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장기하와 얼굴들은 마치 서태지와 아이들을 패러디한 듯한 느낌이다. 장기하는 머니투데이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얼굴들'에 대해 "인물이 잘 생겼다는 뜻에서 농담처럼 '얼굴들'이라고 붙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기하와 얼굴들 외에도 눈뜨고 코베인, 브로콜리 너마저, 불나방스타소세지클럽 등 익숙한 단어들을 패러디한 그룹들은 많다. 눈뜨고 코베인은 유명 밴드 너바나의 멤버 커트 코베인을 연상케 하고, 브로콜리 너마저는 로마 황제 시저의 마지막 말 "브루투스, 너 마저"를 떠올리게 한다. 불나방스타소세지클럽은 영화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의 주인공인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을 패러디했다.

패러디 외에도 팀명으로 그룹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밴드들도 있다. 밴드 가요톱텐은 1980년대와 1990년대 음악 중 KBS 가요프로그램 '가요톱텐'에서 1위를 차지한 곡들만 커버하는 독특한 콘셉트를 갖고 있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는 이름처럼 아라비안 콘셉트의 의상에 디스코리듬을 이용한 음악을 주로 선보인다.

초기 홍대 인디신을 개척했던 언니네 이발관이나 마이앤트메리처럼 의도치 않게 밴드명을 결정하게 된 경우도 있다. 제 6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최다 수상의 영예를 안으며 실력을 검증받은 언니네 이발관은 공식 홈페이지에 "'언니네 이발관'은 보컬 이석원이 고등학교 때 봤던 일본 성인영화의 제목"이라고 밝혔다. 마이앤트메리의 경우는 코믹한 느낌을 주기 위해 '옥이 이모'로 지으려던 팀명을 좀 더 세련된 느낌을 주기 위해 영어 버전으로 수정했다.

이밖에도 보드카레인, 청년실업, 검정치마, 내귀에도청장치, 타바코쥬스, 굴소년단,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아마도 이자람 밴드 등 수많은 밴드들이 한 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독특한 이름으로 활동 중이다.

그렇다면 인디밴드들이 이처럼 독특한 이름을 짓게 된 이유는 뭘까.

한 인디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공연으로만 자신이 음악을 알릴 수밖에 없는 인디밴드의 경우 독특한 이름은 큰 홍보효과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홍보수단이 없기 때문에 독특한 이름과 음악으로 승부한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또한 "인디밴드에게 팀의 이름은 곧 자신들의 음악적 정체성과 스타일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제작자와 아티스트, 프로듀서까지 함께 담당해야 하는 인디밴드의 경우 이름을 통해 자신들의 세계관을 정확하게 표현한다"고 밝혔다. 기획사에서 제작된 메이저 가수들에게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팀 이름이 주어지는 것과 달리 구체적으로 직접 뜻을 전달할 수 있는 팀 이름을 많이 선택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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