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X세대 싹, 오늘 광고로 꽃피다

김태은 인터넷이슈팀장 / 입력 : 2009.04.23 08:14 / 조회 : 43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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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장 부각되고 있는 알파벳을 꼽는다면 단연 'X'다. 26개 알파벳중 끝에서 세번째 자리를 차지하고있는 X가 바야흐로 자신의 전성시대를 열고 있다.


TV를 켜면 X를 내세운 CF가 쏟아진다. LG가 생산하는 TV는 엑스캔버스(X-canvas), 노트북 컴퓨터는 엑스노트(X-note), 데스크톱 컴퓨터는 엑스피온(Xpion)이다. 하나같이 블랙 기조의 슬림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지향한다.

얇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휴대폰에도 역시 X가 붙는다. KTFT가 출시한 얇은 폴더형 휴대폰 이름은 ‘에버 엑스슬림(Xslim)’이다. 두께가 1cm도 되지 않는(9.9mm) 폴더형인 이 제품은 '원더걸스'를 스파이로 분장시킨 광고로 특성을 잘 부각했다는 평이다.

소니 에릭슨도 국내 첫 진출제품인 스마트폰의 모델명을 엑스페리아(XPERIA) X1으로 지었다. X가 2개나 들어간다. 탤런트 이민호와 모델 제시카 고메즈를 기용헌 맥주 브랜드 카스의 CF도 X를 2개나 내세웠다.

OB맥주 측은 제품명 ‘카스2X’에 젊은 감성을 담았다고 밝혔다. 2X(이엑스)는 Extreme(무한도전), Exclusive(차별화된 개성), Expressive(감성표현) 등 젊음을 대표하는 키워드들과 20대를 위한, 2.9도라는 맥주의 특성을 모두 내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뮤직비디오 형식의 CF도 X를 형상화한 안무로 눈길을 끌었다.


X는 또 모래시계형 몸매를 연상시킨다. 윤은혜를 모델로 앞세운 슬리밍 제품인 아모레퍼시픽 ‘에스라이트 슬리머DX’는 홍보에 ‘X라인’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창 유행하던 S라인보다 굴곡을 더 강조한다. ‘X라인 지수’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허리둘레를 엉덩이둘레로 나눈 수치다. 이상적인 지수는 여자 0.8, 남자 0.9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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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권에서 X는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 편지 마무리에 붙이면 ‘키스’를 상징하는 마크다. 'O'에 반대되는 부정적인 심벌로도 쓰인다. 보물이 발견된 장소를 지도에 표시할 때도 사용한다.

우리나라에서는 ‘X세대’의 X가 가장 익숙하다. 1991년에 나온 캐나다 작가 더글러스 쿠플랜드의 동명소설에서는 60~70년대 서구 산업국가에서 태어난 세대를 가리킨다. 한국에서는 70년대 초중반에 태어난 젊은세대를 일컫는 용어로 애용됐다.

특히, 발전과 풍요의 70,80년대에 성장기를 보낸 이들은 개인주의적 가치관과 맞물린 높은 소비력을 자랑했다. 이들의 두둑해진 주머니를 노린 광고들은 이 연령대를 X세대라고 추어올렸다. 93년 11월에 출시된 당시 태평양화학의 남성화장품 트윈엑스(TWINX)는 신세대를 본격적으로 노렸다. “나 X세대?”라는 광고문구와 함께 모델 이병헌과 김원준을 X세대의 아이콘으로 떠올렸다.

지난 세기말에 움튼 X세대의 맹아가 21세기로 접어들면서 꽃으로 만개하고 있다. 그때의 20대들이 30대가 되고, 중견 직장인이 되면서 씀씀이는 더욱 커졌다. 강력한 구매력을 지닌 소비계층으로 떠오른 골드미스 또한 바로 이 세대다.

이렇게 2009년 봄의 한국은 X에게 지배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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