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정 정려원 김하늘..스크린에 엽기녀가 떴다①

[★리포트]

전형화 기자 / 입력 : 2009.04.08 15:03 / 조회 : 6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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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 왜왔니'의 강혜정, '김씨표류기'의 정려원, '7급 공무원'의 김하늘.(왼쪽부터)


스크린에 '엽기녀'가 떴다.


개성 넘치는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여주인공들이 화려함을 벗고 얼굴에 시커먼 재를 묻혔다. 재투성이 소녀 '신데렐라' 스토리도 아닌데 여배우들이 이처럼 아낌없이 망가진 까닭은 뭘까?

예쁜 외모를 아낌없이 내던져 노숙자와 은둔형 외톨이, 엉망진창 첩보원까지 변신한 여배우들을 짚어봤다.

9일 개봉을 앞둔 '우리집에 왜왔니'에 출연한 강혜정은 여배우로선 쉽게 도전하기 힘든 노숙자 역을 맡았다. 강혜정은 이 영화에서 어릴적부터 왕따를 당하다 짝사랑하던 남자아이를 스토킹한 혐의로 감방 신세까지 진 문제적 인물을 천연덕스럽게 연기했다.

"이때가 아니면 언제 노숙자 역을 맡아보겠냐"며 출사표를 던진 강혜정은 역에 몰입하기 위해 손톱에 때까지 끼게 만드는 노고(?)를 아끼지 않았다는 후문.


5월14일 개봉하는 '김씨표류기'에선 정려원이 은둔형 외톨이를 맡아 산발머리에 반쯤 정신을 놓고 사는 연기를 펼쳤다. 정려원은 방 안에 자신만의 세상을 만든 채 살아가면서 한강 밤섬에 표류 중인 남자를 보며 삶에 용기를 얻는 인물을 연기했다. 평소 깔끔하고 도회적인 이미지였던 정려원의 모습을 영화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30일 개봉하는 '7급 공무원'에서는 김하늘이 멜로 퀸의 모습을 버리고 코믹 연기에 도전한다. 김하늘은 국가정보원 요원으로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연애를 하다보니 거짓말이 입에 밴 여인을 맡아 청소원부터 새색시까지 다채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한국영화에만 엽기녀가 뜨는 게 아니다. 9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영화 '미쓰 루시힐'에선 르네 젤위거가 출세를 위해 오지 근무를 선택, 온 몸으로 망가지는 슬랙스틱 연기를 펼친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기억하는 팬들에겐 기시감을 안겨주는 선물이기도 하다.

스크린에 이처럼 엽기녀가 뜨는 것은 전통적인 여성성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의 변화와 새로운 소재의 발굴, 그리고 여배우들의 도전정신이 한데 어울러졌기 때문이다.

한국영화는 초창기부터 그 시대의 여성상을 담아왔다. 일제시대에는 어머니와 아내, 누이로 힘겨운 시기를 견뎌내는 여인의 한과 희생을 담았으며, 50년대 이후 작품에선 전통적인 여성상과 시대 흐름에 맞게 변모해가는 여인상을 동시에 그렸다.

60~70년대 호스티스 영화들은 산업화로 희생된 여인들을 담았으며, 80년대 에로물은 3S 정책에 따른 것이지만 그 속에도 여인의 욕망을 드러냈다는 긍정적인 요소는 들어있다.

한국영화 신르네상스인 90년대를 거쳐 2001년 '엽기적인 그녀'가 탄생한 것은 그래서 신선하다. 남자를 후려치고 때리면서도 당당한 '엽기적인 그녀'는 자의식이 충만한 21세기 여성을 스크린에 담았다는 평을 받는다. 이후 스크린 속 엽기녀는 복수를 꿈꾸는 금자씨를 넘어 현재까지 도달했다.

물론 여배우를 전면에 내세우면 흥행에 실패한다는 속설을 반영한 탓인지, 아직 엽기녀가 혼자 영화를 이끄는 한국영화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수고를 아끼지 않는 여배우들과 영화인의 열의가 관객에 통한다면 스크린 속 엽기녀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이어지며 진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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