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네온이라는 악기를 아십니까? 뮤지션 고상지

[강태규의 카페in가요]

강태규 / 입력 : 2009.04.01 09:03 / 조회 : 23547
  • 글자크기조절
image


'반도네온'이라는 악기를 아십니까? 그런 악기도 있어? 아마도 처음 들어본 사람들이 더 많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네모난 측면과 주름상자로 되었으며 수 십 개의 단추를 눌러 연주하는 반도네온은 1846년 독일의 H.반도가 아코디언을 기초로 하여 고안되었습니다. 19세기 후반 아르헨티나에 수입되어 1900년 무렵부터는 탱고연주에 널리 쓰이게 되었지요. 아르헨티나 탱고 음악씬에서는 '반도네온의 호랑이'라 불린 에드아르도 아로라스를 비롯하여 비센테그레코 등의 명연주자가 배출되어 주법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이 반도네온 악기를 공식무대에서 프로페셔널하게 연주하는 뮤지션을 우리나라에서 찾아보기란 아마도 힘들 겁니다. 바로 고상지씨 입니다. 지난 2008년 김동률의 프롤로그 공연과 저는 고상지씨가 연주하는 모습(사진)을 처음 보았고, 반도네온이라는 악기를 만져보았습니다.

고상지씨는 지금은 아르헨티나에서 월터 카스트로(Walter Castro)에게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2006년 코마츠 료타(Komatsu Ryota)에게 반도네온을 사사했고, 코마츠 료타의 멤버로 도쿄 반도네온 클럽 정기연주회 에서 3년 동안 무대에 오르면서 기량을 선보인 고상지씨는 김동률, 정재형, 윤상의 콘서트에서 국내 팬들에게 얼굴을 알렸습니다. 또, 세계적인 첼리스트 송영훈과도 협연을 했을 만큼 입지를 탄탄히 구축했습니다.

폐부를 할퀴듯 스며드는 선율은 경쾌하게 날아 들지만 가슴은 휑하니 슬픔으로 가득 차게 하는 묘한 매력을 가진 악기입니다. 지금 고상지씨는 반도네온의 본고장 아르헨티나로 떠났으니, 사실상 우리나라에 반도네온 연주자는 공석인 셈입니다.

강태규 / 우리나라에도 반도네온 연주자들이 많이 있는가? 연주 할 정도의 실력을 갖춘 뮤지션들은 어느 정도입니까?

고상지 / 반도네온을 어렵게 구해서 혼자서 어떻게든 노력하시는 분들이 주변에서 계속 나타나고 있어요. 지금까지 한 5명 본 것 같아요. 그 사람들이 얼마만큼 연주하는지는 본적이 없어서 전혀 모르겠습니다. 다만, 세션을 하거나 녹음 활동은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각자 다른 직업에 종사하고 있고 전업 연주자는 아닙니다. 저 말고 반도네온을 연주하시는 분은 하림 오빠가 있겠네요. 사실 저도 하림 오빠가 자기한테 들어온 세션을 저한테 넘기면서 저도 비로소 뭔가를 시작하게 된 것이거든요.

이곳 아르헨티나에서 우연히 알았는데 "라벤타나"라는 밴드의 아코디언을 연주하셨던 정태호씨가 이제 반도네온도 연주하신다고 들었어요.

강태규 / 어떻게 반도네온을 대면하게 되었습니까? 원래 전공은 무엇이었습니까? (사실 그녀는 카이스트 출신입니다)

고상지 / 대학교 때 맘에 드는 전공을 정하지 못해서 토목공학과 찔끔 산업디자인과 찔끔 건드리다가 관둬서 전공이라고 할 것도 없어요. 반도네온 소리와의 첫 대면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자동차에서 Astor Piazzolla의 Libertango를 듣고 처음 알았어요. 실제 악기를 본 것은 그로부터 6년 후 2005년도 충남대학교에 Pablo Ziegler Trio가 잠깐 왔었는데 그때 Walter Castro가 연주하는 반도네온을 처음 봤어요. 맨 앞줄에서 봤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소리가 너무 슬퍼서 눈물을 질질 흘렸어요.

강태규 / 그렇다면 어떻게 반도네온에 빠져들게 되었나요?

고상지 / 어렸을 때 게임을 많이 좋아했어요. 특히 Dragon Quest나 Final Fantasy등의 롤플레잉 게임음악에 빠졌지요. Libertango를 처음 들었을 때, 최고의 전투음악이나 던젼음악이라 생각하며 부르르 떨었던 기억이 나네요. bandoneon의 앙칼진 사운드와, piazzolla가 가진 엄청난 공격성을 띈 탱고음악들이 저를 반도네온에 더욱 빠져 들게 했어요.

강태규 / 아르헨티나로 훌쩍 떠나게 된 배경은?

고상지 / 언젠가 가야지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누군가의 공연 세션으로 참가했습니다. 그런데 공연을 완전 망쳐버렸습니다. 우울하게 술을 마시던 중, 같이 세션을 했던 선배 한 분이 '너는 빨리 아르헨티나 가서 배워와야겠다'그러더군요. '그래 빨리 갔다오자. 더이상 이런 꼴로는 안돼!' 해서 떠난 겁니다. 지금 생각하는 건데, 내가 여기서 공부하고 다시 돌아간다 해서 갑자기 변신하진 않을 것 같네요.

강태규 / 변신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무엇입니까?

고상지 / 완전한 연주자로 거듭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거죠. 그러니까 만화에서처럼, '그리고 2년후....'해서 갑자기 멋진 연주자가 되어 짠 하고 모두 앞에 돌아오진 않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강태규 / 지금 아르헨타나에서 무엇을 배우고 있습니까?

고상지 / 테크닉입니다. 테크닉이 부족한데, 뭐 부족한 것이 한 두 가지겠어요. 그리고 지금 중요한 오디션을 앞두고 있는데, 여기 떨어지면 할 수 없지만, 만약 오디션에 합격 하게 되면 전통적인 탱고 오르케스타(아르헨티나에서는 오케스트라를 오르케스타라고 한다)의 여러 방식을 2년 간 배우고 가게 될 겁니다.

강태규 / 향후, 자신의 행보를 어떻게 예상하고 있습니까?

고상지 / 우선 밴드생활을 해보고 싶어요. 밴드 멤버들과 서로 머리 맞대면서 지겹도록 곡 만들고 클럽에서 공연도 많이 많이 하고 싶어요. 클럽 순회 공연도 해보고싶어요. 그리고 라이브 세션활동은 너무 재미있어서 기회가 닿는 대로 계속 하고싶어요.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문화전문계간지 '쿨투라' 편집위원. www.writerkang.com>

image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