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보다 더한 8년차 심형탁, 연예인 맞아요?(인터뷰)

최문정 기자 / 입력 : 2009.02.04 11:29 / 조회 : 3437
image
배우 심형탁 ⓒ이명근 기자 qwe123@

Q. "당신이 연예인이라는 자각은 잊나요?" A "아, 거의 잊고 살아요."

Q. "사람들 시선이 신경 쓰이진 않고요?" A. "'꽃남' 애들이 떠야 우르르 몰리지, 제가 간다고 사람이 몰리나요. 전 편하던데. 오히려 한 번 그래봤으면 좋겠네요.(웃음)"

당신은 내가 아는 심형탁이 아니다. 내가 아는 심형탁, 그는 때론 어리바리한 면을 보이긴 했지만 약간의 위트였고 오히려 냉철한 사람이다. 181cm의 키, 모델 출신으로 바쁜 와중에도 잊지 않고 관리한다는 늘씬한 몸이 섹시하기까지 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당신, 내 눈 앞에서 때론 '하하' 호탕하게 큰 웃음을 터뜨리고 때론 귀까지 붉어지며 수줍어하는, 너무나도 인간미 넘치는 수더분한 당신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그냥 운이 좋고 매번 좋은 이들을 만났던 것 같아요. 좋은 기회를 만난 거죠. '크크섬의 비밀' 때도, '그래도 좋아' 때도 기회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했어요. 물론 '집으로 가는 길'도 기회로 생각하고 있죠. 다음 작품도 그럴 거예요. 늘 초심을 잃지 않고 항상 지금이 기회라는 마음으로 임하려고 합니다."

심형탁은 96년에 연예계에 처음 발을 디딘 후 97년 모델 생활을 했다. 그러다 99년 다시 수능을 봐서 수원대 연극영화과에 들어갔으며 이후 3년간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2001년 드라마 데뷔를 했다. 96년 처음 얼굴을 내민 것으로부터 따지자만 어느새 연예계 짬밥 13년차, 드라마 데뷔한 시점에서 따져도 벌써 8년차다. 이미 화려한 연예계에 물들만큼 물들었을 시간이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버스, 전철을 타고 아무렇지 않게 다니는 수더분함을 자랑한다. 잘 타지도 않고 '모셔두는' 차는 이미 단종된 상태에 주행거리만 10만km가 넘었으며 근 3~4년간은 옷도 한 벌 안 사 입고 입던 옷을 계속 입었단다.

뒤늦게 안 매니저들이 오히려 깜짝 놀라 "왜 혼자 다니냐, 가끔은 좀 같이 다니자", "연락 좀 하라"고 하면 "바쁠 텐데 그걸 가지고 뭘 연락하냐"며 손을 내젓는 사람이다. 얘기 할수록 뚝뚝 떨어지는 인간미에 젊은 연예인다운 화려한 맛은 없다. 외모는 화려한 트렌디 극인데 말하는 폼이나 내용은 '6시 내고향'이다.
image
배우 심형탁 ⓒ이명근 기자 qwe123@


"짐을 잔뜩 지고 만원버스를 탄 적이 있어요. 지하철로 환승할 생각으로 교통카드를 찍고 내리려는데 고장 나 있더라고요. 내가 왜 내 돈 900원을 또 내야 하는 겁니까. 그런 건 못 참아요. 결국 사람들 다 비집고 앞으로 다시 가서 카드를 찍고 내렸죠. 그날 '나도 연예인인데, 배우인데, 내가 왜 이렇고 있지?'라는 생각은 들더라고요."

심형탁이 밝힌 '자신이 연예인이라는 자각이 들었던 순간'이다. 상식적으로는 알아보고 사인해 달라는 사람들에 '그래, 나도 스타야' 싶을 법 한데, "그럴 때는 그냥 사인해준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얼굴도 알려진 연예인이 전철은 왜 자주 타냐"는 질문에는 "이동하는데 그럼 뭘 타냐?"고 당연한 듯 묻는 인물이다. 말할수록 환상을 깨진다. 그런데 그 깨지는 환상이 실망스럽기보다 깨져 벌어진 공간을 오히려 호감이 더 단단하게 메운다.

이날 인터뷰 내내 가장 많이 사용했던 단어는 "의외"였다. "의외네요", "의외로", "생각과는 달리"라는 단어를 반복했다. 그리고 이 의외에는 심형탁의 최근 출연 중인 KBS 1TV '집으로 가는 길' 출연기도 속한다. 앞서 번복된 출연 결정들로 비워져 있던 유민수 역을 맡아 촬영 3일 전에 첫 대본을 받았다. 의외의 연속이었다.

"주어지면 주어지는 대로 맞춰서 열심히 하는 것이 배우라고 생각해요. '못하겠어요'라며 가리는 것은 배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무명 때부터 그래왔고, 그랬기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심형탁은 "말도 안되게 편하다"는 파트너 조여정과 함께 촬영이 없는 상황에도 세트를 떠나지 않고 붙어 앉아 연습을 계속하는 열의를 불태운다. "일일극이 좋은 점은 하면서 자기 캐릭터를 계속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라며 "기왕이면 우리 커플이 재밌게 다가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은근히 드러내기도 했다.

"'크크섬의 비밀'하며 너무 고생을 해서 끝나면 미친 듯이 쉴 거라고 했었어요. 그런데 한 15일 쉬었을까, 몸이 근질근질한 게 다시 일하고 싶더라고요. 역시 배우구나, 난 연기를 해야 하는 사람이구나 느꼈습니다. 그래서 지금이 너무 행복해요. 일을 계속해왔잖아요. 앞으로도 이 행복을 유지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더 큰 행복을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심형탁은 "이제 출발이다. 부산행으로, KTX도 아닌 비둘기호를 타고 이제 시동을 걸었다"며 따듯하면서도 엉뚱한 모습의 한편 신인보다 더한 신인의 자세를 보였다. 스스로도 자신이 연예인이라는 자각은 없다던 그지만 분명 내면은 누가 뭐래도 배우, 연예인이었다.



  • 트위터
  • 페이스북
  • 라인
  • 웨이보
  • 프린트
  • 이메일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