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혁, '가을동화'서 '천추태후'까지 7년의 기록(인터뷰)

최문정 기자 / 입력 : 2009.01.30 08:35 / 조회 : 27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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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우혁 ⓒ임성균 기자 tjdrbs23@


어느새 7년이 지났다. '가을동화'에서 송승헌의 아역을 맡았던 맑은 소년 최우혁이 영화 '품행제로' 이후 연예계를 떠났던 시간이다. 2002년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당시의 시계바늘은 셀 수 없이 많은 수를 돌고 돌았으며 소년은 어느새 대학교 2학년 휴학생의 청년이 됐다.

MBC의 일지매가 수수나무가 자란 세월만큼 성장했다면 최우혁은 아역 출신 중에는 최고라 칭해도 좋을 만큼 훌쩍 커버린 180cm 키로 그간의 세월을 반증했다. KBS 2TV '가을동화'에서 교복을 입고 극중 어린 문근영과 뛰어놀던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한데 한층 깊어진 목소리가 새삼 귓가를 울렸다.

"처음부터 긴 공백을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갈 길을 고민했던 것이었다. 고2때 영화 '품행제로'에 출연한 후 고3되며 진로가 나에게도 심각한 문제로 다가왔고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레 한동안 연기를 쉬게 됐다."

93년 영화 '그 섬에 가고 싶다'로 연기 활동을 시작했으니 2002년엔 아역이지만 이미 9년차 연기자였다. 이미 이름도 얼굴도 알린 상태였지만 직업으로 삼는다는 것은 확실히 달랐고 아역 출신 성인 연기자로서의 이미지 전환에 대한 고민도 발목을 잡았다. 이 길을 계속 갈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던 그, 그 고민에 마침표를 찍어준 것이 대학 연극학과 입학이었다.

"전공을 하게 되니 부족함이 많구나 느끼게 됐다. 더 많이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학교 더 열심히 다녀야겠다 싶어 1학년 마치고 군대도 다녀왔다. 경제적으로든 명성이나 사회적으로든 빨리 잘 됐으면 하는 조급한 마음이 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난 나 나름대로의 준비가 필요했다. '가을동화' 최우혁보다 배우 최우혁으로 남으려면 조급함보다 내공이 필요했다."

그 내공을 위해 묵혔던 시간이 7년이다. 또래 다른 연기자들이 인기를 얻고 앞서 나가는 모습에 '조금 더 일찍부터 하면 좋지 않았을까' 순간 아쉬운 마음을 갖다가도 '나 나름대로의 내 색을 갖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스스로를 다스렸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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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우혁 ⓒ임성균 기자 tjdrbs23@


KBS 2TV '천추태후'는 그런 그가 7년이라는 긴 시간을 돌아 선택한 작품이었다. 오랜만의 안방 복귀작, 게다가 첫 사극이었지만 몸에 익은 듯 자연스러운 발성과 연기에 호평을 받으며 8회 출연을 마무리 지었다. 성종이라는 극중 캐릭터에 대해 한동안 전문가 수준의 해석을 제시할 만큼 역할에 대한 연구도 심도 깊게 했고 첫 사극을 위해 앞서 방송된 KBS의 대하사극을 전부 반복해 보며 편해지려 노력했다.

"이렇게 반응이 클 것을 예상 못했었다. 최철호 선배와 김소은 등 좋은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었음과 의외의 관심과 큰 사랑을 받았음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이래저래 7년이라는 긴 시간을 돌아왔지만 2009년 좋은 출발이 됐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시동을 걸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출연에 앞서 화제가 됐던 것이 여전히 '가을동화'의 아역 준서가 복귀한다는 점이었단 것이다. 7년이라는 긴 시간을 돌아왔지만 여전히 그의 곁을 맴도는 '가을동화', '아역 출신'이라는 네 글자, 서운할 법도 하지만 한층 성장한 그는 오히려 밝은 모습이었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많이 다르다. 그렇지만 그때의 나도 나, 지금의 나도 나다. '가을동화'라는 작품으로 기억되는 게 부담이라기보다 고맙다. '가을동화'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당시 어렵기도 했지만 노력한 만큼 더 좋은 작품이 나오고 시청자가 더 큰 감동을 받을 수 있음에 괴로우면서도 행복한 직업이 이 직업이 아닌가 생각하게 됐다. 당시의 나는 새 캐릭터를 세우며 극복해 나가야 할 대상이기도 하지만 '가을동화'가 아니었다면 이 길에 다시 돌아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7년의 공백, 그럼에도 그는 "부족하면 대중 앞에 나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대학 동기들에게는 '천추태후'한다고 얘기도 안 했었다. 출연 기간이 짧기도 하고 내가 부족하기도 해서 조용히 열심히만 해야지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연기 내공이 있는 분과 연기를 하다 보니 새삼 연기가 이렇게 즐겁고 자극이 되는 일이구나 느끼게 됐다. 내가 한 것을 보는 것만도 큰 공부가 된다는 걸 느끼게 됐다"며 "올해는 많은 작품을 해보고 싶다. 작품 하나하나 할 때 마다 새로움을 보이고 내가 작품을 한다면 기대가 되는 배우가 될 수 있도록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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