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과속스캔들'의 3가지 사회적 의미②

[★리포트]

전형화 기자 / 입력 : 2009.01.04 09:39 / 조회 : 17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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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과속스캔들’이 기축년 첫 500만 영화에 등극했다.

지난 12월 3일 개봉한 이래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거듭한 결과다. ‘과속스캔들’의 이 같은 흥행은 제작사조차 예측하지 못한 결과이기에 뜻밖으로 여겨진다. 현재 추세라면 ‘미녀는 괴로워’의 662만명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통상 한 영화에 500만 관객 이상이 들어설 경우 사회현상으로 진단된다. 단순히 극장에서의 일로 치부되는 게 아니라 이 영화가 가진 의미를 분석하게 되는 것이다. 과연 ‘과속스캔들’ 500만 돌파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 짚어봤다.

#IMF 때는 눈물을, 지금은 웃음을

‘과속스캔들’이 초반 박스오피스를 달굴 때 대부분의 평자는 불황에는 코미디가 된다는 분석을 내렸다. 앞서 개봉한 ‘미인도’를 거론하며 벗고 웃는 원초적인 영화가 관객을 끌어들인다고 봤다.

이런 분석은 일견 맞아떨어진다. ‘과속스캔들’ 제작사 토일렛픽쳐스의 안병기 대표도 “경기가 어려워서 그런지 관객이 극장에서 웃음을 찾고 싶어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가 어렵다고 코미디 영화가 다 잘되는 것은 아니다. 12월 극장가에 개봉한 할리우드 코미디 영화 ‘예스맨’ 등은 큰 흥행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이는 IMF 구제금융 시기와 비교해 보면 더욱 확실하다. IMF 시절에도 관객을 감동시킨 것은 코미디 영화보다 ‘접속’ ‘편지’ 등 최루성 멜로 영화였다. 그 당시에는 관객이 웃음보다 눈물을 더 찾았다. ‘약속’을 보며 손수건을 적시던 관객이 웃음을 되찾은 것은 구제금융 여파가 어느정도 가라앉은 1999년부터였다. 그 해 ‘주유소 습격사건’이 탄생했다.

이런 것을 비춰볼 때 현재 관객들은 어려운 시기를 거치고 있지만 눈물보단 웃음을, 체념보단 희망을 찾고 싶은 경향이 영화 관람 형태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기축년을 맞아 우직한 소를 떠올리며 희망 마케팅을 하는 것도 비슷한 이치다.

‘과속스캔들’의 흥행은 관객의 소비 형태와 맞아떨어진 천운이 가져다 준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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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든 영화는 코미디라도 된다

‘과속스캔들’이 등장하기 전 한국코미디 영화는 고사 직전이었다. ‘울학교 이티’가 부활 선봉장을 자처했으나 높은 평점에도 관객에 외면 받았던 터였다. 2006년 ‘가문의 부활’이 320만명을 동원한 이래 철저하게 관객에 버림 받았던 장르가 코미디였다.

한 때 관객에 사랑을 받았던 조폭 코미디, 과장된 설정 코미디는 사골 국물처럼 재탕 삼탕을 거듭하면서 관객에 코미디 장르에 대한 실망감을 안겨줬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과속스캔들’은 예기치 않은 곳에서 웃음을 던지는 코미디 문법에 충실하면서도 높은 완성도를 유지해 관객의 사랑을 되찾았다.

원제가 ‘과속삼대’였던 ‘과속스캔들’은 중학교 3학년 때 낳은 딸이 고등학교 1학년 때 낳은 손자를 데리고 어느 날 찾아온다는 설정이기에 풀어내기가 녹록치 않았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설정은 과장됐더라도 확실한 캐릭터, 자연스러운 접근, 상황에서 오는 웃음 등이 리얼 버라이어티에 익숙한 관객들에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원인이 됐다.

‘과속스캔들’의 이 같은 흥행으로 한국 코미디 영화 제작에 힘이 더욱 실릴 것은 당연한 귀순으로 예상된다.

#얼어붙은 한국영화 투자환경에 한줄기 희망

‘과속스캔들’은 2008년 개봉한 한국영화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린 작품이다. 순제작비가 25억원에 불과해 프린트 마케팅 비용을 포함해 150만 관객이 손익 분기점이었다.

따라서 이후 제작자가 벌어들일 수익은 대략 8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OST 및 디지털 음원 판매와 해외 세일즈를 더하면 상당한 수익이 예상된다. 지난 해 흥행 1위를 기록한 ‘놈놈놈’을 비롯해 ‘신기전’ 등 대형 영화들이 박스오피스 1위를 했으나 워낙 제작비가 많이 투입돼 수익은 크게 발생하지 않았다. 이를 고려하면 ‘과속스캔들’의 흥행 수익은 가히 놀랄만한 일이다.

‘과속스캔들’의 이 같은 흥행은 최근 한국 영화 허리를 담당하는 30~40억원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들이 잇달아 흥행 참패를 겪은 와중에 생긴 일이라 더욱 뜻 깊다. 저예산 장르영화와 블록버스터만 양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한 한국영화계에 미드필더 영화의 저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신인 감독에 신인 배우로도 큰 흥행을 거둘 수 있다는 사례가 된 것도 좋은 선례가 됐다.

‘과속스캔들’ 한 편의 흥행으로 얼어붙은 한국영화 투자 환경이 개선될 리는 만무하다. 하지만 적어도 자본 탈출은 막았다. 투자사 디씨지플러스는 지난해 ‘비스티 보이즈’ ‘울학교 이티’ 등 투자한 작품들이 연이어 참패하자 ‘과속스캔들’마저 안될 경우 한국영화 투자 철회를 진지하게 고려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영화 투자 배급작 중 흥행에 특별히 성공한 사례가 없어 롯데의 저주라는 별명까지 보유한 롯데엔터테인먼트에게도 ‘과속스캔들’은 효자 상품이다. ‘과속스캔들’의 성공으로 롯데엔터테인먼트로서는 한국영화 투자에 더 자신감을 갖게 됐다. 다른 투자자들에게도 ‘과속스캔들’은 한국영화가 될 수 있다는 좋은 사례가 됐다.

무엇보다 2009년 1월 설 연휴를 앞두고도 한국영화 개봉작이 한 편에 불과한 영화계에 ‘과속스캔들’의 흥행은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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