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사극, 여걸시대 열린다

김현록 기자 / 입력 : 2008.11.20 08:07 / 조회 : 5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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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고현정, 채시라, 박민영


내년 상반기 사극 여걸시대가 활짝 열린다. 광고 축소로 잔뜩 허리띠를 졸라 맨 방송사에서 저마다 야심차게 선보이는 새해 사극들이 시대를 풍미한 여걸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 3사는 내년 KBS '천추태후'(극본 손영목 등·연출 신창석 황인혁)를 필두로 SBS '왕녀 자명고'(극본 정성희·연출 이명우), MBC '선덕여왕'(극본 김영현 박상연·연출 박홍균 김근홍)을 차례로 선보인다. 세 작품은 약속이나 한 듯 카리스마 있는 여성 주인공을 타이틀롤로 내세워 기존 사극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내년 1월께 첫 방송을 앞둔 '천추태후'는 고려의 이상을 품고 거란의 침략에 맞섰던 여걸 천추태후의 일대기를 그린다. '대조영'과 '바람의 나라' 등 전쟁 사극을 여성 버전으로 옮겨낸 듯 강화된 액션으로 다른 두 작품과 대비를 이룬다. 해외 로케이션은 없지만 중량감있는 전투신을 위해 정두홍 무술감독이 참여하는 등 공을 들였다.

천추태후 역을 맡은 주인공 채시라는 강도높은 무술 훈련과 액션 장면을 소화하며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촬영 중 낙마 사고를 당하기도 했지만 곧 회복해 촬영에 복귀할 만큼 강한 열의를 보이고 있다. 신애, 홍인영 등이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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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대하사극 '천추태후'의 한 장면 <사진제공=KBS>



SBS '왕녀 자명고'는 그 바통을 이어받는다. 2월 방송을 앞둔 '왕녀 자명고'는 '낙랑공주와 호동왕자' 설화로 잘 알려진 낙랑공주의 언니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애썼던 실존인물 자명공주의 이야기를 다룬다. 애절한 러브스토리와 치열한 역사가 모두 비중있게 그려질 전망이다.

현재 여주인공 자명 역에 정려원이 물망에 오른 가운데 낙랑공주와 호동왕자로는 박민영과 정경호가 각각 캐스팅됐다. 이미숙, 성현아 등이 캐스팅돼 중량감을 더할 예정. 제작진은 3G스캔 등 CG 작업을 통해 저비용 고효율 사극을 선보이겠다는 각오다.

MBC '선덕여왕'은 세 드라마 중 가장 늦게 시청자를 찾아갈 전망이다. 선덕여왕은 중국의 측천무후보다도 50여년 앞서 왕위에 오른 우리 역사 최초의 여왕으로 삼국 통일의 기초를 닦은 여왕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제작진은 카리스마와 덕성, 지략을 두루 갖춘 여왕의 일대기를 그릴 계획이다.

후에 선덕여왕이 되는 여주인공 덕만 공주 역은 한창 캐스팅이 진행중이다. 현재 뛰어난 미모와 카리스마로 당시를 호령했던 또 다른 여걸 미실 역에 고현정이 캐스팅돼 막바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들 여성 사극들은 최근 남성 중심 사극 일변도에서 벗어난 새로운 경향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MBC '태왕사신기'와 '이산', KBS '대조영'과 '대왕세종' '바람의 나라' 등 정통 사극들은 남성 영웅에 초점을 맞춰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SBS '일지매'와 '바람의 화원', KBS 2TV '쾌도 홍길동' 등 퓨전 사극들이 새롭게 선보인 바 있지만 대개 남성 영웅을 보다 유쾌한 방식으로 다루는 데 그쳤다. 화가 신윤복이 여자였다는 가정에서 출발한 '바람의 화원'은 남자와 여자 사이 미묘한 정체성을 건드린다.

SBS '여인천하' 등 과거 여성을 중심에 둔 사극이나 사극 속 여성들이 궁 안에서 곱게 치장하고 앉아 모략 등을 일삼았던 사례와 비교하면 여성 사극의 변모가 더욱 크게 다가온다. 주체적이고 강인한 여걸들의 연이은 등장에 시청자들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도 또 다른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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