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 어느 미소년의 달콤쌉싸름한 청춘(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08.11.07 17:31 / 조회 : 20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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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아인 ⓒ임성균 기자 tjdrbs23@

배우 유아인. 2003년 드라마 '반올림'에서 그의 곱상한 얼굴을 처음 봤을 때 '여고생들이 반색하는 젊은 꽃미남이 또 나왔구나' 하고 무심히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가 걸어간 길은 여느 꽃미남 스타들의 안전한 선택과는 조금 달랐다.

이후 출연작은 유쾌한 인디 감수성이 폴폴 묻어나는 영화 '좋지 아니한가'와 현실이 갑갑하기만 한 회색 청춘을 그린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유아인은 무표정 아래 예민한 감수성을 간직한 인물을 연이어 그리며 '샤방샤방'한 꽃미남의 얼굴을 스스로 지웠다.

그리고 이제야, 그가 환한 미소를 짓고 소녀들에게 돌아온다. '서양골동양과점 앤티크'(감독 민규동·제작 영화사 집)란 꽃미남과 케이크를 버무린 듯 달콤한 영화를 들고서. 옛 영화와 180도 달라 보이지만 권투의 꿈을 접은 케이크광 파티쉐 견습생 기범은 유아인과 묘하게 잘 들어맞는다.

유아인은 강조했다. 작품이 바뀌더라도 자신이 그린 청춘은 여전히 그대로라고. 언젠가는 지나갈 청춘을 지금 이 순간 스크린에 영원히 담아두고 싶다는 그는 "미친 듯이 자유롭고 싶다"고 고백했다. 배우 유아인, 젊지만 결코 어리지 않은 그와 나눈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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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아인 ⓒ임성균 기자 tjdrbs23@


-원작이 인기 만화라 캐스팅부터 화제였는데, 캐릭터와 너무 잘 어울린다. 동성애 모티브가 불편하지는 않았는지.

▶ 미리 읽어본 적도 없는데다 그렇게 인기 있는 만화였는지 잘 몰랐다. 야오이라고 할 수 있는 만화라 보면서 재미있지도 않았고, 작품 선택할 때도 거리낌이 없었다고도 할 수 없다. 완성된 작품을 보니 그런 부분을 편안하게 잘 그리신 것 같다. 영화를 볼 때는 보통 내 위주로 보게 되는데 이번에는 내가 저 자리에 잘 섞여 있나 걱정이 됐다. 그나마 괜찮았던 것 같다.(웃음)

-케이크를 무척 행복하게 먹더라. 현장에서 다들 맛있게 나눠먹었나?

▶ 보기엔 예쁜데 사운드 때문에 냉장도 못하고 조명 때문에 뜨겁고 해서 실제로는 케이크가 다 녹아내렸다. 게다가 하도 단 걸 많이 먹다보니 머리가 띵하고 어지러워서 힘들었다. 원래 케이크 맛있는 곳을 찾아가 먹을 정도였는데, 내게 굉장한 즐거움이었던 뭔가가 날 질리게 하고 떠나갔다는 게 섭섭하다.(웃음)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출연 영화에서 활짝 웃는 모습을 본 적이 거의 없었다.

▶전에는 제가 스스로 웃을 수 있는 작품이 없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많이 웃고 많이 건강해졌다. 이전 작품들은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는 영화고 자부심도 갖고 있지만, 저는 찍으면서 병이 들었다.(웃음) '앤티크'란 작품을 하면서 내 나이의 가장 건강하고 풋풋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고, 스스로에게도 그런 모습을 남기고 싶었다. 떼쓰고 방방 뜨는 어린 녀석, 그런 부분들이 만족스럽게 나온 것 같다.

-소녀 취향의 '앤티크'는 전작을 생각하면 의외다.

▶작품적으로는 극단적으로 다르다. 이번이 가장 노멀한 작품이랄까. 영화를 안 보고 포장만 보신 분 중에는 '유아인이 왜 저걸 했지' 하는 분까지 있다. 일단 보시고 말씀해달라고 하고 싶다. 스스로는 극심한 변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의 배경이 예쁠 뿐 기범이의 인생 자체가 핑크빛은 아니지 않나.

제가 일관되게 가지고 갔던 건 젊음과 청춘이다. 다만 그 아이들이 각자 다른 상황과 다른 사람들 사이에 놓였을 뿐. 일부러 변화를 주려 하지 않았다. 한 계단을 밟아나간 너무나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제가 만든 캐릭터들도 나이를 먹고 시간이 흐르듯 이어졌으면 좋겠다. 사랑 이야기를 하든, 살인자가 되든, 연관 지어서 끌고 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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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아인 ⓒ임성균 기자 tjdrbs23@


-성장드라마 주인공으로 데뷔한 잘생긴 배우로 출발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런 이미지를 배반하는 선택을 해왔다. 의도적이었나.

▶그런 부분이 있다. 감독님들도 안 그렇게 생긴 애가 이른바 비주류 영화에 나오는 걸 좋아하시는 것 같고.(웃음) 제 외모에서 연상되는 작품을 하는 데 거부감은 없다. 영역 확장이라고 할까? 어린 나이에 자아 찾기 정도로 뭉뚱그릴 수 있을 것 같다. 첫 작품을 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예약된 코스를 밟아나가기 보다는, 뭔가 인간적으로 부끄럽지 않아야 할 텐데 하고 생각을 했다. 더 넓은 세계와 무대에서 연기하고 싶다. 어디에서도 불편함 없이 노는 아이가 되고 싶다.

-뜬금없는 얘기인데, 포털사이트에서 이름을 검색하면 빅뱅의 권지용이 연관 검색어로 뜬다. 닮았다고.

▶닮은 건 아닌 것 같은데 비슷한 분위기로 찍은 사진이 꽤 있더라. '반올림'을 할 때 검색어 1등을 하다가 이젠 멀어졌는데, 어느 날 내가 실시간 1위를 하고 있는 거다. '아니 내가 무슨 사고를 쳤나' 싶었는데 권지용 닮은꼴로 1등이었다. 그것 참….

-서른 살 유아인의 모습은 어떨까?

▶인간적인 성숙이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배우로 커 가겠지만 망가질 수도 있을 거고. 그게 인간 엄홍식(유아인의 본명)과 동떨어지지 않아서 외롭지 않고 허무하지 않았으면 한다. 스물두살이 나름 생각도 하고 잘난 척도 하고 있는 게 만족스럽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이 바닥에서 굴러먹은 배우가 되더라도, 독하고 못되고 냉철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길 바란다. 내 서른은 아주 서른다웠으면 좋겠다. 지금은 미친 듯이 자유를 갈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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