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 그는 고독한 왕자님이 아니었다(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08.10.31 11:32 / 조회 : 23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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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근 기자 qwe123@


주지훈은 행운아다. 또 편견에 사로잡힌 배우다.

드라마 '궁'으로 혜성처럼 떠올랐으며, '마왕'으로 일본팬까지 사로잡았다. 불과 두 작품으로 신인으로 얻을 것을 다 얻었다. 하지만 왕자님에 냉철한 캐릭터를 맡았으며, 외부 노출이 적은 탓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선입견을 지녔다. 또한 2006년 데뷔한 후 개봉을 앞둔 영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까지 세 작품에 불과하니 다작보다는 과작 배우에 가깝다.

'앤티크'는 그런 주지훈에 대한 선입견을 깨기에 충분한 영화다. '앤티크'에 마성의 게이로부터 유혹을 당하나 꿋꿋한, 다소는 신경질적인 케이크가게 주인을 맡은 주지훈은 발랄하지만 가슴 한 켠에 불안을 담고 있다. 그는 이 작품을 할 때 자신과 영화 속 주인공이 참 닮았다고 말했다.

발랄하지만 한 구석에 어두운 그림자를 짙게 갖고 있었던 주지훈과 만났다. 그는 인터뷰 도중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주지훈과의 만남을 가감없이 전한다. 그는 진지했고, 유쾌했으며, 무엇보다 솔직했다.

-첫 영화인데 동성애 소재 영화를 택한 이유는.

▶전혀 의식하지 못했는데 요즘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패션모델로 사회에 발을 내디뎠다. 그쪽에는 동성애자가 많다.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워낙 익숙했기 때문에 이상하게 느낀 적은 없었다.

-그럼 시나리오에서 어떤 점이 마음에 와닿았나.

▶왜 힘든 일이 있어도 그것 때문에 매일 아파하지는 않지 않나. 웃고 떠들다가도 혼자 있을 때 힘들어하는 것처럼. 혼자 마음고생을 많이 했는데 그 때 당시의 정서와 많이 닮았다. 영화 속 캐릭터가.

-'궁'으로 혜성처럼 등장한 뒤 승승장구했는데 어떤 마음고생을 했나.

▶'궁'이 끝나고 완전히 바뀐 것에 적응을 하기 힘들었다. 나는 그대로인데 주위 사람들이 거리를 두더라. 굉장히 상처를 많이 받았다. 그래서 당시 인간의 이중성에 관한 책을 많이 읽었다. 생각도 많이 했고.

-그런 감정이 '마왕'을 택하는데 영향을 준 것인가.

▶그랬다. 누군가를 죽일 수도 있다는 마음도 있었다. '마왕'을 하면서 굉장히 어둡고 힘든 시기를 거쳤다. 한편으로는 그래서 진살하게 연기를 할 수 있지 않았나는 생각도 한다. 굳이 비유하자면 손가락 끝이 잘린 사람이나 팔이 잘린 사람이나 누가 더 아프냐고 묻는다면 아픔을 느끼는 정도는 그 사람만이 알지 않겠나. 당시 집안의 어려움, 주위 시선 등으로 힘들었다.

-작품을 하고 난 뒤에는 그런 감정이 어느 정도 해소되나.

▶작품이 끝나면 마음이 아주 허해지더라. 사람이 쏟아낼 수 있는 에너지나 감정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 희로애락을 6개월 동안 쏟아내니 허전해지더라. 배역이 되라고 배웠기 때문인지 더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더 어두운 감정이 생기기도 한다. 왜 추운 날 따귀 맞으면 더 아프지 않나.

-그럴 때는 무슨 생각을 하나.

▶글쎄, 사람들의 편견이나 오해에 대해 듣곤 한다. 그럴 때면 어떻게 해야한다기보다는 내가 무엇을 잘못했을까를 먼저 생각한다. 그리고 고민하고.

-모델 출신으로 갑자기 급부상한데 대한 두려움도 있나.

▶처음 모델할 때 그쪽에서 선망받는 잡지에서 시작했다. 그곳에 갔더니 정말 대단하더라. 너무 하고 싶은데 능력이 없는 것에 대한 괴리감이 컸다. 원하는 것이 클수록 할 수 없는데 대한 괴리감이 크지 않나. 4년 동안 모델 활동을 하면서 한 번도 다음 달에 또 일이 들어올까 걱정하지 않은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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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근 기자 qwe123@


-드라마에서 워낙 냉철한 역을 맡았기 때문인지 '앤티크'에서 무척 자연스러워서 놀라웠는데.

▶그런 소리를 많이 들었다. 오히려 자연스러워서 놀랍다고 하는 반응에 난 더 놀랐다. 난 예나 지금이나 나쁜 일이 아니면 하고 싶은 것은 다하면서 살았다. 그렇게 느끼고 싶었고. 그런 경험이 연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그동안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음...

-'앤티크'를 통해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나.

▶난 아직은 100% 신뢰가 가는 배우가 아니다. 뭘 보여주려 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 여력도 없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다만 연기를 하면서 조금씩 자아를 찾아가는 기분이다. '앤티크'를 하면서 마음의 어두운 실타래가 조금씩 풀리는 기분을 느꼈다. 영화에서처럼. '앤티크'를 하면서 다양성을 배웠다. 인간의 이중성에 대한 고민보다 다양한 것을 알게 됐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지만 밖에서는 웃고 떠든다. 정말 친한 사람들과는. 그러면 집에 있는 내가 진짜인지, 밖에 있는 내가 진짜인지 고민했다. 결국 한 사람인 것을.

-첫 영화인데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면.

▶처음으로 감독님과 대화를 나눴다. '궁'과 '마왕'의 감독님들은 아버지처럼 엄하시고 그러다보니 묻기가 힘들었다. 지나고 보면 내 캐릭터를 위해 일부러 그렇게 하신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앤티크' 민규동 감독님은 섬세할 뿐더러 촬영 기간이 TV보다 여유가 있다보니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기뻤다.

-욕 먹는 게 두렵나.

▶잘 하면 욕 안 먹지.(웃음) 그래도 '앤티크'를 하면서 조금 여유로워졌다.

-'앤티크' 출연진 4명 중 3명이 모델 출신이다. 고(故) 이언 장례식에도 함께 갔다. 한 번 신뢰하면 무한하게 신뢰하는 편인가.

▶내 마음에 한 명이 서요.. 그 친구를 외국에서 기다리고 있었어요..그 때... (주지훈은 이 때 고개를 떨구고 3분 여 동안 들지 못했다. 갑자기 땀을 따라 흐르는 눈물에 사랑하는 친구를 잃은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래서 그의 어투로 이 부분만 옮겼다) 제 친구들은 거의 개인주의에요. 서로 그 부분을 믿고 또 알고 있죠. 그런 아이들이 모이니깐. (주지훈은 눈물을 훔치고 '영화 이야기 하죠'라며 다시 웃었다. 얼굴에는 눈물 자국이 남아 있었다)

-'앤티크' 멤버들과 호흡은 어땠나.

▶처음에 다 모여서 술을 한 잔 하면서 이야기했다. 서로 연기에 대한 칭찬과 질타를 아끼지 말자고. 김재욱은 원래 부드럽게 이야기하고, 최지호 형은 워낙 처음이다보니 잘 듣는 편이고. 유아인이 좀 세게 말했다.(웃음)

-지금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다 보여준 것 같던데.

▶숙제가 많았다. 우리는 한 신에 다 잡히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두 사람만 등장해도 항상 같은 공간에 있었다. 그래서 대사도 없이 2~3분 동안 리액션을 해야 했다. 그 시간이 영원처럼 느껴졌다. 연극을 한 것도 아니니 리액션을 그렇게 하기가 쉽지가 않았다. 무엇보다 내가 하는 행동의 정당성을 표현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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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근 기자 qwe123@


-영화에서처럼 트라우마가 있나.

▶있다. 어린 시절 가졌던 트라우마가 있고, 또 하나의 트라우마가 이제 생겼다.

-이야기할 수 있는 것만 이야기한다면.

▶IMF 시절 너무 어려워서 고등학교를 그만두려 생각했다. 아버지가 당뇨가 있으셨고. 당시 난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결국 그렇게 하지는 않았지만 당뇨로 아버지가 다리를 잘라야 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할아버지가 하시는 것을 들었다.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난 지금도 어린 시절에 많이 사로잡혀 있다.

-'앤티크'에서 담배를 참 맛있게 피던데.

▶원작 만화를 보면 알겠지만 멋있게 보이려 피우는 것일 수 있다. 또 습관적으로도 많이 피고. 왜 일을 마치고 담배 한 가치를 필 때 느끼는 기분 있지 않나. 극 중 캐릭터도 그랬을 것 같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영화에서처럼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적이 있나.

▶여자친구를 두 명 사귀었는데 2년, 3년 사귀었다. 늘 먼저 헤어지자고 했다. 내가 죽을 것 같을 때까지 참고, 참은 끝에 헤어지자는 말을 했다. 내가 피아노줄을 잡고 있는데 손가락이 잘려나간다는 말을 했었다. 그래서 내 마음은 큰 상처는 없었다. 그런데 내가 통보를 받은 적이 있다. 엄청나게 슬프더라. 나도 그렇게 상처를 준 것이다. 또 부모님에게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적도 있다.

-주지훈의 여자들이 영화에 카메오로 주르룩 등장하던데.

▶친분이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그런데 남자끼리 생활하다 촬영장에 여자가 온다니 모든 사람들의 분위기가 '업'이 됐다. 그 덕을 연기하는데 봤다.

-왜 연기를 하고 싶었나.

▶나를 뿜어내고 싶었다. 모델 시절 친구들한테 가끔 '너무 떠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 때 '기다려달라, 다 뿜어내야 담을 수 있지 않나'라고 했다.

-두 작품으로 스타덤에 올랐는데.

▶어떤 감정에 허덕일 때 그런 작품이 온다. 정말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진실하게 전할 수 있었으니깐. 주목받은지는 제3자가 판단하는 것이니 잘 모르겠다.

-'앤티크' 촬영장에 일본팬들이 찾아오기도 했다. 한류스타 말석에 올랐는데.

▶체험하는 게 없으니 잘 모르겠다. 주위에서 이야기라도 해줘야하는데.(웃음)

-배우로서 목표가 있다면.

▶잘 사는 것이다. 잘 살아야지, 신뢰받는 배우가 될 것 같다. 작은 스펙트럼에서 뭐든 걸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책이나 영화를 많이 보나.

▶일주일에 일곱 권을 볼 때도 있다. 영화는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하루에 한 편 정도 본다.

-요즘 정서는 무엇인가. 또 그 정서를 담는 작품을 하게 될까.

▶아련함이다. 글쎄, 이 감정을 이용해야 한다면 엄청 고민할 것 같다. 그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이렇게 울컥하는데.

-'앤티크' 대사에 '이 날을 기다려 온 게 아닐까'라는 게 있다. 그런 날이 왔나.

▶아직. 언젠가는 기다려 온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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