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영화를 사람들이 안보는가?①

[★리포트]한국영화 위기 진단

전형화 기자 / 입력 : 2008.10.22 14:35 / 조회 : 3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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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우생순' '추격자' '강철중' '영화는 영화다' '고사' '놈놈놈'. 올해 한국영화 중 맞춤 영화로 흥행에 성공한 영화>


한국영화가 위기라는 소식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닌 구문이 됐다. 금융위기가 실물 경제 위기로 옮겨 오는 것처럼 한국영화는 돈줄이 말라버리면서 제작 전반에 차질이 생기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관객이 한국영화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예년에 비해 영화 완성도나 재미가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관객의 반응이 냉랭하다. 오히려 혹독한 제작 환경 속에서 만들어진 영화들인만큼 완성도는 더 높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관객수는 감소하고 있다.

강우석 감독이 "관객들이 예전만큼 한국영화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고 할 정도로 현재 한국영화에 대한 관객에 시선은 차갑다. 볼만한 영화가 없으니 안본다는 소리를 하지만 관객과 영화인이 똑같은 진단을 해서는 올바른 대처를 할 수 없다.

한국영화를 관객이 외면하는 까닭을 '크게 볼 게 없다'로 대변되는 콘텐츠 문제와 '관객과 소통이 안된다'는 마케팅의 문제로 짚어봤다.

#볼 게 없다? 콘텐츠의 문제..신선함 찾다 검증된 흥행코드 놓쳤다

한국영화의 장점은 다양성이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과 김기덕 감독의 '숨'이 동시에 극장에서 상영되는 것이야말로 한국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이런 다양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 관계자들은 항상 새로움을 추구한다.

하지만 새로움을 추구하다보니 검증된 흥행 코드를 놓친 부분이 있다. 올 여름 흥행한 '고사:피의 중간고사'의 경우 공포영화에 대한 수요에 맞춘 기획으로 흥행한 사례이다. 공포영화나 명절 코미디 영화가 사라진 데는 잇단 흥행 실패 뿐 아니라 장르에 대한 편견도 한 몫 했다.

검증된 흥행코드에 대한 고찰이 절실하다. TV 드라마의 경우 닳고 닳은 똑같은 패턴과 신선한 패턴이 동시에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영화와 TV 드라마가 지향할 바가 똑같은 것은 아니지만 대중이 원하는 바는 공통분모가 있다는 것을 파악해야 한다.

영화 관람 횟수 줄면서 할리우드 영화에 우선순위 밀렸다

경기악화와 여가 활동의 다양화, 불법 다운로드 등으로 영화 관람 횟수가 줄면서 한국영화가 할리우드 영화에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이는 한국영화를 꼭 봐야 할 이유를 할리우드 영화만큼 관객에 주지 못하는 데 있다.

관객은 한국영화든 할리우드 영화든 재미있는 영화를 선택하는 만큼 한국영화가 할리우드 영화보다 더 재미있다는 확신을 줘야했다.

올해 흥행에 성공한 한국영화를 보면 맞춤형 영화들에 관객이 반응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생순'의 경우 감동에 코드를 맞췄으며, '추격자'는 강력한 스릴러에 관객이 반응을 보였다. '강철중'은 한국영화 중 가장 잘 알려진 캐릭터라는 점에서, '놈놈놈'은 꼭 봐야하는 분위기로 관객에 어필했다. 공포영화 수요에 맞춘 '고사'와 민족주의에 기댄 '신기전', 스타마케팅의 적절한 사례인 '영화는 영화다'도 마찬가지다.

'추격자'를 투자한 벤티지홀딩스의 정의석 대표는 "관객의 기호를 쫓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봐야 할 이유가 명확한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블록버스터라고 모두 보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미드 등으로 높아진 관객 눈높이에 못 맞췄다

'24' '프리즌 브레이크' 등 수준 높은 미국드라마(미드)가 불법 다운로드와 케이블 등을 통해 소개되면서 관객의 눈높이가 한층 올라갔다. 미드와 영화 관객층이 겹치는 만큼 미드에 길들여진 입맛을 맞출 영화가 필요하다.

미드의 속도감 있는 편집이 트렌드가 돼 어느덧 미드식 구성, 미드식 편집이라는 표현이 칭찬으로 사용될 정도이다.

그렇다고 미드의 규모나 속도감을 쫓아간다면 웃음과 공포, 고민이 공존하는 한국영화의 장점을 놓칠 수 있다. 또한 드라마 즉 내러티브에 민감한 한국관객을 위해 보다 세심한 시나리오와 연출이 필요하다.

최근 영화계에는 시나리오 전문 분석회사가 생길 정도로 시나리오에 큰 공을 들이고 있다. 메이저 배급사도 기획부터 본격적으로 참여한다. 이런 움직임은 콘텐츠 완성도를 한층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관객과 소통이 안된다..마케팅의 문제, 배우 고액 개런티 등 한국영화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확대

이른바 '최민식 송강호 파문'으로 불린 배우들의 고액 개런티 파문은 한국영화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확산시켰다. 거품도 일부 있지만 적정한 선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 없이 이뤄진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는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에도 대중에 밥그릇 싸움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다.

영화사의 코스닥 상장 등이 이어지면서 영화인들이 샴페인을 터뜨린다는 오해가 생긴 것도 부정적인 원인에 한 몫 했다.

한국영화가 위기라는 언론의 잇단 보도도 부정적인 인식을 강화시켰다. 한국영화 위기의 강조가 한국영화는 안된다는 인식을 악순환시키고 있다.

대형 포털 중심의 온라인 마케팅이 다양성 막아

매체가 다변화되고 인터넷이 영화 정보의 주된 통로로 변화되면서 온라인 마케팅의 중요성이 한층 커졌다. 영화 광고비가 지면과 방송보다 대형 포털로 무게가 옮겨간 지도 이미 오래이다.

하지만 대형 포털이 온라인 마케팅의 대표 창구가 되면서 오히려 다양한 온라인 마케팅에 제약을 받고 있다. 배너 광고 뿐 아니라 지식인 서비스, 블로그 마케팅 등에 상당한 금액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그 이상의 마케팅을 할 여력을 잃고 있다.

네이버와 다음 등 대형 포털이 독점적인 지위를 활용해 광고 단가부터 예고편 심의까지 관여하면서 또 다른 심의기관이 생긴 실정이다. 한 영화 마케터는 "마케팅 비용은 정해져있는데 포털이 요구하는 바대로 하다보면 다른 마케팅을 할 수 있는 비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때문에 인터넷에 '알바'는 있어도 전문적인 온라인 마케팅이 설 자리가 없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방송에 비해 이슈 선점에서 뒤져

영화와 TV의 경쟁은 TV의 본격적인 등장부터 계속된 싸움이다. 할리우드는 TV와의 경쟁을 위해 영화의 규모를 키웠으며, 영화의 역사를 담기 시작했고, 다양한 시도로 활로를 모색했다.

현재 한국영화는 TV와 본격적인 경쟁을 벌이고 있다. TV 드라마에 100억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되면서 볼거리 싸움이 본격화됐고, 미드와 일드와도 경쟁해야 한다. 이미 거대한 시장이 생긴 게임이 한국영화의 가장 큰 경쟁상대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매체환경의 변화로 한국영화는 방송에 비해 이슈에서 밀리고 있다. 예능과 드라마에 쏟아지는 인터넷 기사들에 대한 가치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이슈 선점에서 확연하게 밀리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때문에 고전적인 영화 홍보 마케팅에서 변화가 모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숨기다 개봉에 즈음해 현장공개, 제작보고회, 인터뷰, 방송 홍보 등으로 이어지는 기존 마케팅 방법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영화와 방송은 다를 수밖에 없지만 끊이지 않는 노이즈 마케팅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에서 방송사와 영화 제작사, 출판사가 영화 기획부터 제작과 마케팅까지 역할을 공유하는 것처럼 국내에서도 그런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영화 제작자는 "현재 방송사가 제작에 참여하는 영화가 점차 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 대형 포털이 참여한다면 새로운 시스템이 만들어질 수 있다"면서 "이 경우 이슈 선점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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