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FF, 한국영화 구하기 실패?..강한섭 '대공황 발언' 찬물

전형화 기자 / 입력 : 2008.10.08 10:56 / 조회 : 5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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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지난 해보다 더 썰렁한 것 같아요. 해운대 횟집이 텅 비었다니깐."(영화 마케터A)

"투자 받으러 발품을 그렇게 팔았지만 영~."(영화제작자B)

올해로 열세돌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가 한국영화 침체에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위축으로 이어진 것처럼 한국영화 투자 위기가 제작 위기에 이어 아시아 최대 영화 축제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부산영화제는 '힘내라 한국영화'를 모토로 내걸고 25편의 한국 영화를 파노라마와 비전 부문으로 상영했다. 아시아펀드를 한 데 모아 한국영화와 연계하는 기회를 만들기도 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한국영화 성장과 맥을 같이 한 만큼 한국영화 부흥이야말로 영화제에 더욱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지상과제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영화인들로 북적거리던 해운대 바닷가 횟집은 일찌감치 한산해졌으며, 투자를 기대하고 부산을 향했던 이들도 쓸쓸히 발길을 돌려야 했다.

포문은 강한섭 영화진흥위원장이 열었다. 강 위원장은 내외 취재진이 몰린 컨퍼런스에서 한국영화 현 상황을 "대공황"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영화 정책 수장인 그의 발언은 그만큼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외신들은 일제히 강한섭 위원장이 한국영화 상황을 대공황이라고 지적했다는 것을 표제로 뽑았다. 강 위원장 발언의 진정성을 떠나 정책 수장으로서 적절하지 못한 수사적인 발언이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당장 컨퍼런스에 참석한 차승재 한국영화제작가협회장부터 "학자 출신이라 수사에 능한 것 같다. 대공황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강 위원장의 실수는 계속 됐다. 그는 27일 영화의 날에 문근영이 앙드레김 의상을 입고 참석한다고 했다가 소속사측으로부터 논의한 바 없다는 항의를 받자 부랴부랴 계획일 뿐이라고 정정하기도 했다.

영화진흥위원장의 원맨 플레이로 촉발된 한국영화 위기 강조는 모처럼 한국영화에 힘을 실어주려는 영화제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부산을 찾은 영화 관계자들은 삼삼오오 모며 "영진위원장도 어렵다는데 뭘"이라며 쓸쓸히 소주잔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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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8개 한국영화 업체가 참여했던 아시안필름마켓에 올해는 10개 업체만 참여했으며, 라인업 발표 행사를 열던 투자사들도 올해는 CJ엔터테인먼트와 벤티지 홀딩스만 개최했다.

부산프로모션플랜(PPP)에 문화부장관을 역임한 이창동 감독의 신작이 선정됐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영화 제작이 쉽지 않다는 현실을 보여준 사례이다. 101번째 작품을 준비 중인 임권택 감독은 이번 영화제 기간 동안 안성기 강수연 강우석 감독 등을 만나 회포를 풀었지만 자금 마련이 쉽지 않다고 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와 영화인들을 안타깝게 하기도 했다.

해외 투자사들의 반응도 신통하지 않았다.

이번 영화제에 일본 투자 관계자를 한국 제작자에 소개시켜줬다는 한 극장 대표는 "한국영화 최대 시장인 일본측이 드라마에는 관심을 보이는데 영화 투자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며 씁쓸해 했다.

이용관 공동집행위원장은 "칸이나 베니스와 달리 부산영화제는 한국영화와 공동운명체"라고 말했다. 이용관 위원장은 "올해는 유달리 영화제가 차분하지만 이는 성숙해간다는 증거"라고도 했다.

그러나 올해 부산국제영화제가 관객은 늘었지만 활기는 예년만 하지 못한 것은 한국영화의 침체와 맞물려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부산영화제가 활기를 되찾고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서 한국영화와 연계된 공동작업이 한층 절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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