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실의 추억..참 욕심도 많았지

김태은 기자 / 입력 : 2008.10.03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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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월2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가진 최진실


연기자가 기대감을 갖게 하는 것은 작품속 새로운 변신 때문이다. 연기자의 인간적 허물이 용서되는 건 카타르시스를 안기는 승화된 연기 때문이다.

2일 사망한 고 최진실. 고유의 상큼한 마스크와 무공해 미소로 1990년대를 사로잡았던 그는 연기에 대한 욕심만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그의 삶의 희망이고 의지였던 연기인생이 끝날 것 같았던 위기도 있었다. 2000년 5살 연하의 스포츠계 톱스타 조성민과의 결혼으로 절정을 이뤘지만 채 2년도 안돼 이혼을 하겠다며 팬들을 아연실색케했다. 이 과정에서 진실공방과 폭력, 사기혐의 고소 등으로 얼룩진 이들의 가정사가 생중계되다시피 하면서 팬들은 등을 올렸다.

그러나 2005년 KBS 2TV ‘장밋빛인생’에서의 열연으로 최진실은 기사회생했다. 가족을 위해 평생을 희생하지만 남편의 불륜으로 버림받고 암으로 죽음을 맞는 맹순이 역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돌려놓았다. 그해 KBS 연기대상에서 여자 최우수연기상, 네티즌상, 베스트커플상으로 3관왕에 오르며 새해 첫날을 맞았다.

다음날인 2일 만난 최진실은 그 감격을 고스란히 안고 있었다. “네티즌상이 가장 기쁜 상이었어요. 배우에게는 그 상이 최고의 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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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2월31일 KBS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수상직후 눈물을 글썽이는 최진실


그는 “수상소감에서도 밝혔듯이 힘들었던 사생활과 더불어 공인이기 때문에 힘든 시간이 있었고, 컴퓨터 전원 코드를 빼놓고 인터넷을 끄고 지낸 시간들이 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상을 받게돼 이 상이 더욱 크고 값지게 느껴진다”며 “네티즌상은 KBS 홈페이지에 회원가입하고 한 표씩 찍어주시는 건데 그렇게들 해주셨다는데 눈물이 나고, 이제는 받아주시는구나 싶어서 또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그를 살려준 연기였기에 “연기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었다”며 지독한 애착을 보였다. 변신에 대한 진한 욕심도 내비쳤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 최진실이 아닌, 좋은 시나리오를 통해 지금까지의 나와 다르게 보일 수 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며 “더 나이먹기 전에 영화에서 그런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마침 인터뷰가 진행되던 서울 강남의 그 카페에는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등 수작을 만들어낸 박찬욱 감독이 자리하고 있었다. 통성명을 한 적이 없다는 그의 말에, 가서 인사를 해보는 것이 어떠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권유했다. 톱스타는 그의 자리로 옮겨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비주류 영화를 만들어온 김기덕 감독의 작품에 출연을 원하기도 했던 최진실은 얼마뒤 서스펜스 영화 ‘실종’의 출연계획을 세웠다. 동화 ‘헨젤과 그레텔’의 마녀를 연상케하는 사이코를 연기할 계획이었다. 이 영화가 무산된 후 “영화계가 나를 버린 것 같다”는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시 마흔을 바라보던 ‘국민요정’은 “내 나이가 이제 살아온 만큼만 살아가면 될 나이더라”라는 말도 했다. 영하 40도에 이르는 혹한을 뚫고 백혈병 환자들과 히말라야 등반도 마치고 온 터였다. 삶에 대한 열정이 느껴졌다. 귀국 직후 “인생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다. 히말라야의 웅장한 산을 가슴에 안고 나니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이 있고 한 게 인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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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2월11일 히말라야 등반을 마치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한 최진실의 활짝 웃는 모습


“산을 오르면서 인생과 삶을 생각하게 됐다. 지쳐서 중간에 내려가고 싶을 때도 있는데, 아무리 힘들어도 주변에서 도와줄 수는 있지만 결국 본인 스스로가 올라가야 되는 것이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대신해서 살아줄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는가.”

끼니를 걱정했던 어려웠던 어린시절을 거쳐 대중의 절대적 사랑을 받는 시대의 아이콘, 다시 끝없는 추락과 부활…. 그 누구보다 삶의 굴곡이 많았기에 그의 연기는 처절하면서도 가슴을 울리는 힘이 있었다.

수많은 드라마로 시청자를 웃기고 울렸던 그는 드라마 같은 인생끝에 드라마 같은 죽음을 맞았다. ‘충동적’ 죽음을 선택한 그는 그 순간 무엇을 생각했을까.

앞서 ‘장밋빛인생’ 촬영장에서 만났을 때는 “죽을 때도 못잊을 작품”이라고 말했다. 말기암으로 죽어가는 맹순이 역을 맡아 피부를 꺼멓게 분장하고 메마른 입술이었다.

“하나님이 주신 건강이 정말 감사하다”고 말하며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잡초 같은 생명력을 보였던 그는 이제 없다. 연기자로서 ‘감성덩어리’였던 그는 상큼한 미소의 ‘요정’으로 영원히 팬들의 가슴에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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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2월11일 동료배우 손현주, 신애와 히말라야 등반을 마치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한 최진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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