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PD↑·드라마PD↓, 엇갈린 영화감독성공기

조철희 기자 / 입력 : 2008.08.27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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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예능팀 소속 곽기원 PD가 감독한 영화 '사랑과 전쟁-열두번째 남자'


메가폰을 잡은 방송PD들의 흥행성적표를 들여다보면 드라마PD보다 예능PD들의 성적이 훨씬 좋다. 예능PD들은 순발력과 감각, 상상력과 유머로 깔끔한 코미디 영화를 만들어내는 반면 드라마PD들은 TV 드라마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안방극장에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던 몇몇 스타 PD들은 주위의 큰 기대를 안고 영화감독으로 변신했다. 그러나 대부분 흥행과 작품성 어느 하나도 잡지 못한채 다시 여의도로 돌아가야 했다.


황인뢰PD의 '꽃을 든 남자'(1997)와 이진석PD의 '체인지'(1997)부터 시작된 흥행부진은 이장수PD '러브'(1999), 오종록PD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2003), 안판석PD '국경의 남쪽'(2006)까지 이어졌다.

이들은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1990 황인뢰), '별은 내 가슴에'(1997 이진석), '피아노'(2001 오종록), '별을 쏘다'(2002 이장수) 등 드라마에서 수많은 대박 작품들을 남겼지만 영화에서는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반면 영화와는 조금 거리가 있어 보이는 예능PD들이 의외의 성적을 거두며 PD들의 자존심을 세웠다.


예능PD 출신으로 1990년대에 SBS '꾸러기 카메라', '기분좋은 밤', '결혼할까요' 등 인기 예능 프로그램을 연출한 조진규 감독은 대표적인 PD 출신 흥행감독이다. 지난 2001년 영화 데뷔작인 '조폭마누라'가 관객 50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했고 2006년 '조폭마누라3' 역시 150만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모았다.

조 감독이 PD 시절 조연출과 연출자로 인연을 맺었던 이상훈 감독도 지난해 '마파도2'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150만명에 가까운 관객들이 이 영화를 봤다. 2004년 영화감독 데뷔작인 '돈텔파파'로 영화의 높은 벽을 실감했지만 '마파도2'에서는 특유의 예능적 감각을 발휘해 성공을 거뒀다.

이 감독은 86년 KBS에 입사해 '유머일번지', '쇼비디오자키' 등을 연출했고 91년부터는 SBS에서 '기쁜우리토요일', '좋은세상 만들기' 등을 연출한 스타 PD였다. 최근에는 다문화가정을 소재로 다룬 SBS '일요일이 좋다-사돈 처음 뵙겠습니다'를 통해 PD로 컴백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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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시트콤 '올드미스다이어이리'의 김석윤 KBS 예능PD는 지난 2006년 현직 PD 신분으로 메가폰을 잡으면서 작품성과 흥행면에서 모두 좋은 성적을 거뒀다. 자신이 연출했던 시트콤 원작이 지닌 색깔을 영화로 옮겨오면서 발랄하고 개성 넘치는 코미디 영화를 만들어냈다.

예능PD들의 선전 속에서 최근에는 2명의 예능PD가 충무로에 도전장을 던졌다.

SBS에서 '순풍산부인과', '여고시절' 등의 시트콤을 연출했던 김진영 감독은 '아기와 나'를 통해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지난 14일 개봉한 이 영화는 현재 35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감동과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는 등 관객들의 평도 좋다. 김 감독은 이상훈 감독의 '마파도2'와 '돈텔파파'에서 프로듀서를 맡기도 했다.

또 무려 9년째 주부시청자들로부터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KBS'부부클리닉-사랑과전쟁'의 연출자 곽기원 PD는 극장판 '사랑과 전쟁-열두번째 남자' 개봉을 앞두고 있다. 11명의 남자와 맞바람을 핀 주부의 이야기를 빠른 템포의 코미디 형식으로 다뤘다.

곽 PD는 87년 KBS 입사 후 드라마PD로 '갈채', '며느리삼국지' 등을 연출했다. 2000년부터는 예능팀으로 자리를 옮겨 예능PD로서 '사랑과 전쟁'을 연출했다. '사랑과 전쟁'은 예능팀 소속 PD들이 기획,제작한다.

곽 PD는 "드라마와 예능 양쪽에 있다 보니까 드라마는 드라마로서의 형식에 충실한 반면 예능은 형식에 구애받지 않아 자유롭게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며 "영화에서도 예능 PD들의 순발력이나 현장 대처 능력 등이 효과적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곽 PD의 말처럼 예능PD들이 드라마PD들과 달리 영화에서 성공을 거두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순발력이다. 또 예능PD 출신 감독들은 자신들의 장기인 유머감각과 상상력을 발휘해 주로 코미디 영화를 만들어 나쁘지 않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반면 드라마PD들은 기존의 드라마 연출과 별 차이가 없이 영화를 만들어 영화적 흥미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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