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규리 "여전히 힘들지만 그래도 행복"(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08.07.21 11:22 / 조회 : 7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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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피의 중간고사'로 스크린에 데뷔한 남규리는 지난 5월 영화 촬영에 들어가기 직전 스타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더 이상 '도마 위의 생선'이 되고 싶지 않다"고 토로했다.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의 편견에 질렸던 그녀는 연기 도전을 앞두고 털끝이 곤두 선 고양이 같았다. 누가 건드리기만 해도 발톱을 휘두를 듯 긴장한 모습이었다.

17일 영화 촬영을 마치고 다시 만난 남규리는 다른 사람인 것 마냥 몸과 마음이 훌쩍 커진 듯 했다. 짧다면 짧았을 2개월 남짓한 시간은 남규리의 고민을 날려버리고 성격까지 바꿔 버린 것처럼 보였다. 말수도 많아졌고, 자신감이 넘쳤다.

과연 첫 영화 촬영은 남규리에 어떤 영향을 줬던 것일까?

-16일 '라디오스타' 녹화 때 잠시 소동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가슴 아팠던 상처를 너무 쉽게 묻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해한다. 이제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예전처럼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건 아니다. 영화 촬영을 마치면서 내 성격이 바뀐 것 같다.

-성격이 어떤 식으로 바뀌었다는 것인지.

▶정말 영화가 내게 큰 의미가 된 것 같다. 훌쩍 성장한 것 같고, 모든 감각적인 부분이 살아나는 것 같다. 갈피를 못 잡았던 것들이 순간 감정 몰입도 가능하게 된 것 같고. 나도 몰랐던 내 안에 숨어있던 감각을 알게 된 것 같다.

-마치 사랑을 한 것 같다. 영화나 연기를 사랑하게 됐다는 뜻인가.

▶그런 것 같다. 원래는 한 곳만 보던 게 이제는 여러 곳이 보인다. 같은 긴장감도 예전과 다르게 느껴진다.

-연기 경험이 가수 활동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까?

▶그럴 것 같다. 말도 못하고 낯도 가리는 성격이 많이 변했다. 난 원래 YG엔터테인먼트 소속이었던 터라 소몰이 창법을 고집하지 않았다. 그래서 고민도 있었고. 이제는 더 끈기가 생겼다. 노래도 마음이 위축되면 녹음도 쉽지 않았는데 이제는 끝까지 하게 된다.

-촬영 현장이 쉽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갈등도 없지는 않았을 테고.

▶슬픔,고통,고독,행복이 반복되는 순간이었다. 내가 왜 연기를 한다고 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고. 현장에서 대본이 많이 바뀌면서 애드리브나 그런 것을 따라가지 못해 당황하기도 했다. 확신이 없으니 불안하기도 하고.

-그럼에도 연기가 왜 좋았나.

▶가수 분들 중에 보면 카메라 밖에 있는 시청자까지 몰입시키는 분들이 있다. 굉장히 존경스러운 분들이다. 그런데 연기를 하면서는 그런 순간까지 생각하면서 하게 되니 굉장한 쾌감을 느꼈다. 가수 활동 중에서 쾌감은 콘서트 말고는 느끼기가 솔직히 힘들다. 이런 생활에 빠지다보니 성격도 긍정의 힘이 생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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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이 되면 연기에 대한 평도 자연스럽게 뒤따를텐데.

▶벌써 들리는 것 같다. 그래도 스태프 덕에 힘을 많이 얻었다. 신인이 욕을 많이 먹는 것은 당연하다. 현장에서도 스태프들이 그런 조언을 많이 해줬다. 영화 촬영에 들어가긴 전 회사 식구 중 한 명이 남규리가 배우다웠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말을 계속 담고 있었다.

-씨야를 탈퇴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자다가 소식을 들었는데 봉창 두들기는 소리라고 했다. 그동안 촬영하면서 멤버들이 나 때문에 일도 못했다. 내가 잘 되어야 아이들이 보답을 받는다는 생각을 늘 했는데...

-예능에도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무슨 말을 하면 이슈가 된다는 것을 예전에도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섣불리 나서지는 못했다. 그런데 이번 영화 홍보를 하면서는 예전에 남자친구와 사귈 때 서울역 노숙자 분들 앞에서 뽀뽀를 한 이야기까지 했다. 그것이 좋다거나 옳다는 게 아니라 과거와는 달라진 내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여전히 스스로를 도마 위의 생선이라고 생각하나.

▶여전히 그렇다. 영화가 개봉되면 더 그럴테고. 하지만 이제는 크게 의식하지 않으려 한다. 관심이 없다기보다 마인드 콘트롤을 하려 한다.

-지금까지 가장 가슴 아팠던 대중의 오해가 있다면.

▶백댄서 분이 춤을 추다 쓰러졌는데 내가 모르고 있었다는 부분. 당시 그 친구가 한창 살을 빼고 있을 때여서 그러다 쓰러진다고 촬영 전에 음식까지 챙겨줬었다. 신인인만큼 노래를 부를 때 뒤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앞만 봤다. 그런 것을 오해하니 정말 힘들었다.

-'고사'가 공포영화인 만큼 배우 캐릭터를 분명히 하기에는 한계가 있을텐데.

▶연기적으로 볼 때 아쉬운 부분이 분명히 있다. 영화적으로 캐릭터를 드러내기도 쉽지 않고. 노력은 하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이제 알아갈 때 쯤에야 촬영이 끝났으니.

그래도 거의 매일 밤을 새우고 서울에 녹음 하러 갔다가 다시 부산으로 가고 특수분장 때문에 피부 나빠지고. 그런 순간들이 다 즐거웠고 힘이 됐다.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제일 열심히 했다는 것이다. 내가 처음 노래를 부를 때보다 더 열심히 했다.

-'고사'가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은가.

▶촬영하다가 해운대에 비오는 날 후드티를 입고 혼자 간 적이 있다. 스태프 중 한명이 보고 무슨 일이 생겼나고 묻기도 하더라. 그 때 백사장 위에 누워서 많은 생각을 했다. 앞으로 내가 무엇인가 달라지고 지금보다 가수로서 연기자로서 더 좋은 평가를 받는 순간이 있다면, 다 '고사'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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