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 아나운서, 못할말 했는가

[기자수첩]

김태은 기자 / 입력 : 2008.06.2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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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황정민 아나운서가 '촛불' 구설에 올랐다.

26일 오전7시 KBS 2FM '황정민의 FM대행진'을 시작하면서 "시위대의 과격해진 모습은 많이 실망스러웠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탓이다.


황정민이 한 말을 그대로 옮긴다.

"어젯밤 시위대와 경찰이 다시 격렬하게 충돌했다죠. 전경버스를 끌어내고 물대포가 사용되고, 국회의원 초등학생 취재기자까지 포함해서 100명 이상이 연행됐다네요. 국민들이 안심할 때까지 고시를 연기하겠다더니 생각했던 것보다 일이 빨리 진행되죠?"

이어 "그 때문에 시위대가 흥분했는데요. 경찰의 물대포야 뭐 기대한 게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시위대의 과격해진 모습은 많이 실망스러웠어요"라며 "새로운 시위문화다 뭐다 보도했던 외신들... 이제 다시 '그럼 그렇지' 하지 않을까요?"라고 반문했다.


또 "고시를 늦추는 게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 같다는 판단. 과연 누구에게 득이 된다는 걸까요? 정부에? 나라에? 아니면 국민에게? 이건 지켜볼 일이죠?"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방송 직후 해당 프로그램 홈페이지 게시판으로 그녀의 코멘트를 질타하는 의견이 일부 올라왔다. 이를 접한 황정민은 '용어 선택의 부적절성' 등을 시인하며 방송 중 두 차례 사과했다.

그래도 논란이 그치지 않자 27일 방송에서 다시 한 번 공개사과하겠다고 약속했다. MC 정선희가 지난달 22일 촛불시위를 폄하하는 발언으로 MBC FM '정오의 희망곡' DJ에서 사퇴한 전례를 감안, 조기진화에 나선 듯하다.

한 달여 이상 지속되면서 촛불집회 양상은 크게 달라졌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던 촛불문화제가 불법폭력데모로 변질돼간다는 우려가 시위대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시위의 목적, 경찰의 진압에 대처하는 폭력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분노한 네티즌들이 '황정민 퇴출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과장 보도도 나돌고 있다. 그러나 황씨를 옹호하는 이들도 많기만 하다. 대개 "소신을 굽히지 말라"고 격려하는 의견들이다. '마녀사냥'은 안된다며 타인의 견해도 존중하자는 원칙을 강조하는 이성론도 힘을 얻고 있다.

황씨의 발언에서는 경찰과 시위대 양쪽에서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감지된다. 폭력으로 치닫고 있는 시위대를 걱정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고시 관보게재 강행에 따른 득과 실을 따져보자는 문제제기도 들어 있다.

괴면 썩게 마련이다.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닫는다면, 나아가 익명의 섬 인터넷에 숨어 무차별 간접폭행을 행사한다면, 여론은 시위대를 외면할 수도 있다. 민심을 잃는 것은 정부만이 아닐 지도 모른다. 세상을 이끄는 것은 균형감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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