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텍사스 레인저, 척 노리스

[형석-성철의 에로&마초]

주성철 / 입력 : 2008.06.16 09:49 / 조회 : 3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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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미국 대중문화 속에서 가장 희화화되는 마초 영웅이라면 척 노리스를 꼽을 수 있다. 미국 B급 액션영화의 단골 주인공이자 이제는 은퇴한 거나 다름없는 그는 큰 대중적 인기를 지닌 사람은 아니지만, 영화팬들 사이에서는 보수적이고 정의로운 카우보이 액션스타로서 하나의 굳건한 이미지로 자리 잡고 있다.

B급 이미지이긴 하지만 그 역시 서부 사나이로 이미지를 굳혔으니, 변변한 서부영화 출연작이 없더라도 ‘저주받은 존 웨인’쯤 된다고 표현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 역시 황야가 어울리는 남자였다. 머리도 금발이었고 언제나 일정한 길이로 길어있었던 콧수염도 금발이었다. 그렇게 국내에도 TV시리즈 '텍사스 레인저'를 통해 자주 등장한 얼굴이었으며, 더 멀리 거슬러 가자면 '맹룡과강'(1972)에서 이소룡과 최후 대결을 펼친 백인 남자로 기억할 것이다.

1940년생이니 이제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이며, '맹룡과강'으로 얼굴을 알렸을 때도 이미 서른 살이 넘은 나이였다. 하지만 로마의 콜로세움에서 준비운동도 하고 숨도 고르면서 오래도록 이어진 그 대결은 액션영화사의 ‘일대일대결’ 장면의 베스트 중 하나일 것이다.

그는 아마도 정통 무술을 구사한 본격적인 첫 번째 백인 배우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그에게 존경을 바치는 이들도 종종 있었는데, 가령 '피구의 제왕'(2004)에서 벤 스틸러는 심사위원으로 카메오 출연한 척 노리스의 판정으로 인해 피구 시합에서 패하자 ‘빌어먹을 척 노리스!’라며 분통을 터트린다. 그런 그를 흐뭇한 웃음으로 바라보는 척 노리스의 표정이 압권이다. 스티븐 시걸이 시종일관 찡그린 표정으로 일관한다면, 그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늘 세상사에 통달한 듯한 표정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미국 오클라호마 출신으로 3형제 중 장남이었던 그는 원래 무술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고교 졸업 후 공군에 지원하면서 주한미군으로 복무하게 되는데, 이때 실제 태권도를 익히며 동양무술에 눈을 떴다. 이후 가라데에 심취한 그는 세계가라데대회 미들급 챔피언을 지냈고, 그 타이틀을 '맹룡과강'이 개봉하고 난 이후까지 계속 보유한 진짜 실력자였다. 그러니까 장 클로드 반담과 스티븐 시걸이 등장하기 이전 보수우파 B급 액션영화의 제왕이었다. 실제로 그는 조지 부시의 공개적인 지지자이기도 했다.

더불어 그는 무술 액션영화를 떠나서도 또 다른 마초 영웅 리 마빈과 함께 한 '델타 포스'(1986) 시리즈로 아랍계 테러리스트를 응징하는 보수적인 백인 영웅의 전형을 마련하기도 했다. '대특명'(1984) 시리즈도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월남 전쟁 중 실종된 미군 병사들의 소재 파악을 위해 다시 베트남으로 가는 대령 역할을 맡았다는 점에서, 그보다 앞서 개봉해 큰 성공을 거뒀던 '람보'(1982) 시리즈의 영향을 읽을 수 있다. 말하자면 역시 오리지널리티가 떨어지는 B급 영웅이었다.

그럼에도 아기자기한 재미와 더불어 독자적으로 임무 수행에 나서는 그의 고집과 우직함은 열광적인 지지자들을 양산했다. 당연히 그의 영화들은 데이트 코스 영화로는 적합하지 못한 ‘남자’영화였다. 1980년대 '델타 포스'와 '대특명'시리즈는 ‘액션영화 한 편 땡기자!’는 제안에 가장 잘 들어맞는, 국내에서도 타 영화와 달리 남성관객들의 좌석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작품들이었다. 그 역시 시대를 풍미했던 마초 아이콘이었던 것이다.
<주성철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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