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분토론' 시간대 늦춰지자 서명운동까지

박종진 기자 / 입력 : 2008.05.23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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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분토론' 시청자 게시판에 올라온 항의글


"만날 쇼 오락 프로나 보다가 자란 말이냐"

MBC '100분토론'의 방송 시작시간이 오는 29일부터 밤 11시5분에서 오전 12시10분으로 1시간 가량 늦춰지자 시청자들의 항의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제17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현재 시간대로 앞당겨진지 8개월여만에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다.


음모론까지 등장

23일 '100분토론' 시청자게시판은 물론 각종 사이트 게시판에는 "시간대를 옮기지 말라"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MBC 시청자센터에 항의 전화도 빗발쳤다.

시청자들은 "다른 저질 프로는 그냥 두고 이게 뭐 하는 짓인가", "누구를 위한 시간 편성인가", "공영방송이 왜 이러나"는 등 새벽시간대로 밀린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일부에서는 음모론도 제기했다. "최시중 물러나라"며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거론하는가 하면 "MB가 해도 너무 하는구나", "5공과 버금가는 압력을 행사한다"는 등 정권과 연결 짓기도 했다.

포털 다음의 아고라에서는 또 서명운동이 시작됐다. 이날 발의된 '100분 토론 방송시간 옮기지 말라'는 서명운동은 오후4시 2000명을 넘어섰으며 분당 수 십 명씩 늘어가고 있다.

왜 분노하나

일개 프로그램 하나가 방송시간을 불과 1시간 옮기는데 이처럼 격렬한 반응이 나오는 것은 최근 '쇠고기 파동'과 연관이 있다.

광우병 공포와 미국산쇠고기의 안전성 문제로 불거진 정치사회적 관심이 '소통의 장'에 대한 욕구를 만들었고 이를 충족시켜줄 대표적 토론 프로그램이 '100분토론'이었던 것. 즉 '100분토론'이 밀려났다는 사실은 시청자들에게 일종의 '권리상실감'으로 다가왔다는 지적이다.

시청자들의 항의 곳곳에 "이러다 'PD수첩' 시간대도 밀리는 것 아니냐"와 같은 다른 시사프로그램까지 함께 거론하는 글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PD수첩'은 논쟁의 장에 광우병 화두를 강렬하게 던져준 프로그램이다.

여기에 130만명을 끌어 모은 '이명박 탄핵' 온라인 서명운동이나 촛불집회 관련 고교생 조사로 홈페이지 습격을 당한 전주 덕진경찰서, 우석고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항의를 쏟아내는 네티즌들의 '전투력' 자체가 길러진 탓도 크다.

제작진 "어쩔 수 없어"

한편 이와 관련 '100분토론' 제작진은 "편성 차원에서 결론이 난 것이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MBC 보도제작국 한 관계자는 "시간 옮기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내부적으로 충분히 의견을 내놓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많이 아쉽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편성 권한이 있는 쪽에서 여러 가지 많은 사항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한 듯하다"며 여운을 남겼다.

그러나 정치적 외압설에 대해서는 "설마 그런 것하고 관계가 있겠나. 지금이 어느 시절인데…"라며 부인했다.

앞서 22일 밤 방송된 '100분토론'에서는 시청자 전화연결에 광주 '양선생'이 출연해 "국민은 대통령이 CEO로 있는 회사에서 직원이 아니라 소비자에 불과하다"는 등 다양한 비유로 화제를 모았다. '양선생 어록'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다음 주부터 '100분토론'이 방송되던 시간에는 '불만제로'가 편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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