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제국' 아베 사다, 쇼킹과 가십을 넘어서는

[형석-성철의 에로&마초]

이형석 / 입력 : 2008.05.12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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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아베 사다’라는 이름은 낯설어도 '감각의 제국'(76. 사진)이라는 영화제목은 모두들 아실 것이다. 한때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금단의 영화’였던 '감각의 제국'은 오시마 나기사라는 반골 감독의 대표작. 하드코어 포르노와 아트 필름 사이의 경계를 허물었다고 평가되는 이 영화는 놀랍게도 ‘실화’를 바탕으로 하며, 그 중심에 일본 군국주의 시대를 살았던 한 여인 ‘아베 사다’가 있다.

1936년 5월21일 도쿄의 어느 거리를 떠돌고 있는 여인이 있었다. 그녀의 가방엔 피로 물든 칼이 있었고, 그 칼로 자른 것이 분명한 누군가의 페니스가 있었다. 경찰은 경악했지만, 그녀는 침착했다. 그리고 조용히 진술했다. 자신의 이름은 아베 사다이며, 나가노의 한 요정에서 일하는 종업원(게이샤)이라는 것. 자신이 자른 성기의 주인공은 요정 주인인 이시다 기치조이며, 기치조가 원해서 자른 것이라는 것. 그리고 자른 지 3일 됐다는 사실까지.


그녀는 재판 끝에 6년형을 선고받았지만 곧 사면되었다. 사면 이유? 신기하게도 당시 여론은 그녀를 동정했다. 사면된 후 아베 사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들었고, 그녀의 순회 공연은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아베 사다의 이야기는 '감각의 제국'이 나오기 1년 전 '실록 아베 사다'(75)라는 영화로 나오긴 했지만, '감각의 제국'만큼 ‘제대로’ 보여주진 못했다. 오시마 나기사 감독은 '감각의 제국'에서, 영화에서 섹스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의 의미를 100퍼센트 실천한다.

이 영화는 성기 절단 장면만 빼고 모든 성적 묘사가 ‘진짜’다. 삽입은 물론, 가학적 행동이나 마스터베이션이나 오럴 섹스나 사정까지도 모두 실제로 이루어진 것이다. 당시 인기 패션 모델이었던 마츠다 에이코와 전성기를 구가하던 후지 다츠야는 고심 끝에 감독의 설득에 넘어갔고, 영화사상 전무후무한 정사 신을 선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쇼킹 효과’와 ‘가십’만으로 이 영화를 평가하는 건 조금은 억울한 일이다. 1970년대 '감각의 제국'은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72)와 함께 대표적인 섹스 영화임과 동시에 정치적 영화였으며, 아베 사다는 지극히 수동적인 것처럼 보이면서도 섹스를 할 땐 적극성을 넘어 공격성마저 지니는 여자였다.

그녀는 남근을 가지고 싶었던 여자다. 처음엔 그저 남자의 노리개였던 여자는 점점 주도권을 잡게 되고, 체위 또한 여성 상위로 변해가며, 그녀는 삽입을 한 상태에서 남자의 목을 조른다. 죽음의 위기에 몰린 남자의 성기는 아베 사다 안에서 요동치고, 여자는 궁극의 오르가슴을 맛본다.

그리고 결국 그녀는 남성의 그것을 잘라 자신 안에 품는다. 그녀는 그것을 영원히 소유하고 싶었던 걸까? 영화 초반부 어느 걸인이 이야기한 것처럼 “양기를 내뿜는 여자”였던 아베 사다의 충격적 이야기. 그녀는 죽은 남자의 가슴에 피로 선명하게 글씨를 쓴다. “사다, 기치. 우리 둘 영원히.”

<이형석 월간스크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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