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2위 '의드'엔 풋풋한 장동건·이영애가

-한국의 의학드라마①-

김관명 기자 / 입력 : 2008.03.17 08:58 / 조회 : 27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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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연애질(?)을 펼치는 장동건과 이영애. 20대 중반 때다.
최근 시청률조사 전문회사 AGB닐슨미디어는 역대 의학드라마 시청률 베스트 7을 발표했다. 1위는 평균시청률 32%를 기록한 MBC '해바라기'. 이어 31.3%의 '의가형제'(MBC), 24.6%의 '뉴하트'(MBC), 24.4%의 '종합병원'(MBC), 19.5%의 '외과의사 봉달희'(SBS), 14.2%의 '하얀거탑'(MBC) 순이었다.

모두 기라성 같은 드라마다. 비교적 최근작인 '뉴하트'와 '하얀거탑' '외과의사 봉달희'를 빼놓고 보면 1998년에 방송된 '해바라기'는 안재욱 김희선 추상미 차태현 김정은이 주연을 맡았고, 1994~96년 방송된 '종합병원'은 이재룡 신은경 김지수 전도연 구본승이 주연을 맡았다. 지금도 이 두 '의드'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16부작 미니시리즈의 전형적인 압축미와 스피드, 정신없이 지나간 의드 전문용어와 읽기를 포기한 자막, '원수의 자식'이라는 출생의 비밀과 장기이식 등 방송내내 화제를 몰고다닌 '의가형제'는 지금도 한국을 대표하는 '의드'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다.

더욱이 주인공은 지금은 대표적인 한류스타로 자리잡은 장동건(36)과 이영애(37). 그것도 20대 중반, 더할 수 없이 풋풋한 그대로의 모습으로. 과연 이 두 톱스타가 앞으로 한 작품에 나올 일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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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가형제'는 자막이 난해하기로 유명했다
'의가형제' 완전정복 : 개념학습편

1997년 1월13일 밤, MBC를 보던 시청자들은 낯선 미니시리즈 첫회에 경악했다. 긴박한 앰뷸란스 후송과 응급실 수술 상황, 여기에 코트를 입고 느닷없이 나타난 외간남자(장동건)의 송곳을 이용한 천부적인 응급처치술까지 무려 3분 동안이나 '별다른 대사 한마디 없이' 전파를 탄 것이다. "이게 뭐야? 드라마야?" 첫회가 끝나자마자 '한국드라마 수준을 10년 앞당겼다'고 평가받은 MBC '의가형제'의 시작이었다.

김지수 극본, 신호균 연출의 '의가형제'는 1997년 1월13일부터 3월4일까지 방송된 MBC 16부작 월화 미니시리즈다. 작가 김지수씨는 장동건의 전전작 '마지막 승부'의 공동작가였고, 신호균PD는 이미 93년 그 해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최수종 배종옥 이응경 주연의 '행복어사전'으로 주가를 한창 높이던 연출자였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두 흉부외과 의사가 있다. 한 의사 준기(손창민)는 착하고 따뜻한 원칙주의자고, 다른 의사 수형(장동건)은 바람둥이에 차갑고 자존심까지 세다. 두 사람 모두 할아버지(정욱)가 원장인 병원에서 일하는 형제다. 수술솜씨는 외국까지 다녀온 장동건이 몇 수 위다.

출생의 비밀과 남녀관계가 빠질 수 없다. 알고보니 장동건은 손창민의 아버지(길용우)에게 수술을 받다가 죽은 여성환자의 아들. 자책감에 끝내 자살을 한 길용우의 유언으로 손창민의 어머니(김형자)가 데려다 키운 것이다. 따라서 여동생(김지영)과는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사이. 당시 의료사고 소송을 내던 친아버지(노영국)마저 죽게 한 손창민 집안에 장동건은 결국 복수의 칼을 간다.

한편 내과의 차민주(이영애)는 장동건의 오랜 연인이지만, 장동건은 복수를 위해 김지영에게 청혼을 한다. 발칵 뒤집어지는 손창민 집안. 천주교 아동보호시설에서 일하는 레지나(신주리)가 예전 수술로 아내를 잃은 손창민의 살뜰한 여인이 된다. 그러나 심장병에 걸리는 레지나. 장동건도 폐암에 걸린후 자신의 삶에 회의를 느끼고 이영애에게 진심어린 청혼을 한다. 결국 자신의 심장을 레지나에게 이식함으로써 복수행진을 끝내는 장동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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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민과 신주리. 손창민이 들고있는 무전기형 핸드폰이 눈길을 끈다
'의가형제' 완전정복 : 심화학습편-캐스팅 비화 '주연'①

'의가형제'를 빛나게 하는 건 역시 호화 캐스팅이다. 장동건과 이영애는 물론이고, 당시 초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손창민, 지금은 고인이 된 남성훈과 2003년 결혼후 소식이 두절된 신주리, 여기에 이계인 이민영 강성연 김정은 이성룡 안재환 이재포까지.

신호균 PD는 최근 기자와 만나 "장동건과 이영애 캐스팅은 무척 어려웠다"고 회고했다.

"그 무렵 장동건은 히트작 '마지막 승부'를 끝내고 청춘스타 티를 벗기 위해 예술종합학교에 진학했던 때였다. 학교에서 드라마 출연을 허락하지 않아 2년 동안 쉬다가 끝내 중도에 포기하고 재데뷔한 게 '아이싱'이었다. '마지막 승부'의 장두익PD가 연출을 한 '아이싱'의 해외촬영분을 내가 맡았는데 이때 장동건과 인연을 맺었다. 굉장히 선하고 가능성이 많은 배우로 느꼈다."

"그러다 '의가형제'에 출연을 시키려 했는데 나이가 문제였다. 당시 장동건의 나이가 25세. 하지만 드라마가 요구하는 의사는 최소한 30대 후반이었다. 왜? 수술을 주도하는 전문의어야 했으니까. 더군다나 극중 수형은 외국에 유학까지 갔다온 설정이었다. 당시 MBC 드라마국 데스크들은 하나같이 장동건의 캐스팅을 반대했지만 일단 밀어부쳤다. 장동건이 올백 머리에 안경을 쓰고 나온 것도 나이가 조금이라도 들어보이게 하기 위해서였다."

"이영애는 당시 연기검증이 안됐다는 게 큰 걸림돌이었다. 헬기까지 등장한 '마몽드' CF를 보고 '참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 당시 드라마국 부장이었던 이병훈PD에게 상의했는데 그리 반응이 좋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나와 이PD, 이영애가 같이 만나 캐스팅을 결정지었다. 결국 이PD는 훗날 '대장금'에 이영애를 캐스팅하기에 이르렀다. 어쨌든 두 배우에게 '의가형제'는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그럼 신주리는? 당시 20세였던 신주리는 '의가형제' 이후 드라마 몇 편을 하다가 결혼과 함께 은퇴했다. 드라마에서는 손창민의 여인으로, 아동보호시설 아이들의 엄마 같은 누나로 나온다. 화려한 언변은 갖추지 못했지만 신주리의 청순한 외모와 이미지는 지금 다시 봐도 감탄이 나올 정도다.

"신주리는 커피 CF를 보고 캐스팅했다. 직접 만나보니 청순한 이미지 그 자체였다. 하지만 목소리가 문제였다. 그래서 결국 대사를 거의 없애고 (상대역인) 손창민에게 대사를 전부 시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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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간호사로 등장한 강성연(가운데)
'의가형제' 완전정복 : 심화학습편-캐스팅 비화 '조연'②

드라마에 간호사와 인턴으로 등장하는 강성연 김정은 안재환의 캐스팅 뒷얘기도 흥미롭다. 이어지는 신PD의 회고.

"그들은 내가 뽑은 게 아니었다. 그리 비중이 높은 캐릭터가 아니니 '싼' 애들을 써야하는데 당시 조연출 보고 MBC 공채중 새로 들어온 애들을 다 데려오라고 했다. 그래서 드라마에 나온 게 안재환 강성연 김정은이었고, 이들은 모두 공채 동기(96년 MBC 25기)였다. 이때 강성연을 처음 봤는데 나중에 '물건'이 될 것이라는 느낌이 왔다. 드라마 1회에서 피 봉지를 들고 병원 복도를 냅다 뛴 간호사가 바로 강성연이었다. 사석에선 노래도 쉬지 않고 부르는, 끼가 정말 대단한 배우였다."

그러면 지난 2002년 타계한 고 남성훈씨는? 고인은 이 드라마에서 원장(정욱)을 30년 동안이나 모셨지만, 결국 원장의 '아들' 손창민에게 밀리는 '부장'급 의사로 나온다.

"내 전작인 '전쟁과 사랑'에 출연하셨다. 이미 말이 조금 어눌하신 상태였다. 몸이 안좋고 그러니까 일이 안들어오면 자기가 버림받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계셨다. 쉬엄쉬엄 연기하시라고 했는데도 그 분은 타고난 완벽주의자셨다. 나한테는 '신 감독은 나처럼 살지마'라고 자주 그러셨다."

요즘 SBS '행복합니다'에서 맹활약중인 이계인도 '의가형제'에 마취과 의사로 나온다. "사실 이계인씨와는 지금도 친하다. 스포츠드라마 '갈채'라고 있었는데 당시 조연출이었던 나는 밤새 필름 편집을 했어야 했다. 그럴 때 편집실에 닭발과 맥주를 사들고 들어와 나를 위로해주던 배우가 바로 이계인씨였다. 그 뒤로 내 프로그램에는 거의 다 나왔다. '행복어사전'에는 기자로, 법률드라마 '사람과 사람'에는 검사로. 매사가 분명한 사람이다."

'의가형제' 완전정복 : 장동건-이영애 집중탐구편

사실 '의가형제'는 두 형제(손창민 장동건) 출생의 비밀, 주인공의 기억상실과 회복(초반에 손창민이 사고로 자신이 의사였다는 사실까지 기억을 잃게 되는 부분이 나온다), 주요 인물의 불치병(신주리의 심장병, 장동건의 폐암. 불치병은 아니지만 중간에 이영애는 B형간염에 걸린다), 극단적인 생의 마감(길용우는 자살, 김지영은 자살기도, 장동건은 약물투여에 따른 뇌사 판정) 등 고전적이면서도 자극적인 설정이 많다.

하지만 이를 덮고 뛰어넘는 게 풋풋한 20대 중반의 에너지를 쏟아낸 두 주인공 장동건과 이영애다. 특히 '사회적 지위와 체면'이 있는 흉부외과 과장으로서 노란 색 스포츠카 '엘란'을 몰고 다니며 이 여자 저 여자 건드린 '수형' 장동건의 존재감은 당시 파란을 일으킬 만큼 유난했다. 더욱이 이때 그의 나이는 '불과' 스물다섯 살. 지금보다 더욱 완벽한 외모로 한 살 많은 이영애와 베드신을 펼친 장면(4부)은 지금 봐도 '뜨겁다'.

우선 장동건은 이 드라마에서 본격적으로 '악마적인 눈빛'을 선사했다. 2001년 '친구'에서 꽃피운 바로 그 섬뜩한 눈빛. '마지막 승부'의 장동건에게선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그런 눈빛이다. 더욱이 약간 어두운 방에서 담배연기를 마시며 내뿜으며 치켜뜬 그 눈빛은 이후 '배우' 장동건의 대표 이미지가 됐다. 신 PD는 이를 '독수리 커트'라고 불렀다.

"장동건이 눈을 치켜뜨면서 짜악 째려보는 장면은 내가 처음 시도했다. 조명도 얼굴 반쪽만 비추게 해서 더욱 날카롭게 보이도록 했다. 그런데 장동건, 이 친구가 마음이 너무 여려서 촬영장에선 기를 살려줘야 했다. 어깨동무도 해주고 말도 걸고.. 별명도 일부러 '양아치'라고 지어줬다. 그러니까 점점 편안해져서 먼저 장난을 걸어오곤 했다."

'의가형제'에서 어떻게 보면 가장 낯간지러운 장면은 장동건이 바닷가에서 이영애를 앞에 두고 트럼펫을 부는 장면(7부). 94년 '사랑을 그대 품안에'서 차인표가 카페에서 색소폰을 부는 것과 맞먹을 정도로, 지금 시각으로 보면 '오버'스러운 점이 엿보인다. 하지만 신PD는 이 장면을 "장동건의 외로운 내면을 드러내주는 장면" "사람 많은 데서는 절대 안부는 고독감의 상징"이라며 극구 옹호(?)했다.

내과의로 나온 이영애 역시 '의가형제'에서 풋풋함 그 자체의 연기를 쏟아부었다. 전작 '댁의 남편은 어떠십니까'(93)나 '파파'(95) 등에선 볼 수 없었던 이지적이고 도도하지만 천상 여자인 그런 사람. 머리는 (자신을 막 대하는) 장동건을 멀리하고 미워하고픈데, 몸과 마음은 그럴 수 없는.

하지만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계획하고 복수를 꿈꿨던 장동건에 비해, 이영애는 이 드라마에서 지나치게 수동적으로 나와 아쉬움이 남았다는 시청자들이 많다. 장동건이 아무 이유없이 이영애를 버리고 약속을 깨고 무시한 게 10여차례 반복됐지만, 그럴 때마다 이영애는 참고 용서하고 이를 다 받아줬다. 유니폼에 짙은 립스틱이라는 설정은, 이영애가 스위스 중립군장교로 나왔던 2000년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또한번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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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건차'로 유명했던 스포츠카 엘란.
'의가형제' 완전정복 : 응용학습편-PD와 일문일답

-장동건이 타고 다닌 스포츠카가 인상적이었다.

▶기아자동에서 협찬한 '엘란'이라는 수제차였다. 지금 와서 얘기하는 거지만 그때 기아차 사장이 방송이 나간 후 술을 샀다. 엘란이 출시가 된 상태였지만 잘 안팔리고 있었는데, '의가형제'에서 장동건이 탄 뒤로는 수요를 못당할 정도로 많이 팔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얼마를 받고 노출을 시키는 PPL 개념은 아니었다. 그저 사정사정해서 "차 좀 빌려주세요" 하는 수준이었다.

-첫회에 '기흉'이 든 환자가 나온다. 이는 최근 끝난 '뉴하트'에도 자주 나왔다.

▶기흉은 폐가 찢어지는 바람에 '허파에 바람이 든' 상태를 말한다. 그러니까 숨을 쉴수록 공기가 차서 폐와 심장을 압박, 호흡이 순간적으로 불가능해지는 위급한 상황이 바로 기흉인 것이다. 그래서 장동건이 그런 것처럼, 일단 볼펜이나 이런 걸로 바람을 빼서 압박을 줄이고 이후 상처난 구멍을 꿰매야 한다. 나중에 '의룡'이라는 일본만화를 보니까 '의가형제'와 비슷한 장면이 나오더라. 우리 것을 표절했나?(웃음. 장동건은 송곳을 사용했다)

-조금 무식한 방법이라 의사들의 반발이 많았겠다.

▶왜 아니겠냐. 방송이 나가자 의사들이 "이런 무식한 방법으로 수술하는 의사가 어디에 있냐"고 항의를 많이 했다. 그러면 나는 그랬다. "진짜로 있다"고. 사실은 이 드라마에 자문을 해준 흉부외과 의사 한 분이 있었는데 그 분이 진짜로 그렇게 볼펜으로 상처를 내서 사람 살린 적이 있었다고 얘기를 해줬다. 이런 자문이 없었으면 어떻게 그런 장면을 넣을 수 있었겠나.

-드라마의 진정성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나. '의가형제'의 경우엔?

▶사람들의 총체적인 모습에 대한 표현이 바로 드라마의 진정성이라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6하원칙' 중에서 '무엇'과 '왜'에 포커스를 맞춘 것이 그 드라마의 진정성이 된다. 바로 콘텐츠라는 것이다. '의가형제'는 죽음과 한계상황에서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런 문제로 출발했다. 그 죽음이 많이 다뤄지는 곳을 찾다보니 병원을 선택했고, 죽음은 호흡정지와 심장박동 정지라고 정의할 수 있기 때문에 '심폐'를 다루는 흉부외과를 드라마의 배경으로 선택했다.

-배경이 바닷가 병원인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우연이었다. '종합병원'은 아주대병원에서 찍었는데, 우리는 미니시리즈라 집중적으로 병원을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아주대병원측이 거절했다. 서울에 있는 병원도 사정은 엇비슷했다. 그러다 강릉의료원에 있는 의사를 만나 이야기를 하다가 아산 강릉병원이 개원을 했다는 지방뉴스를 보고 찾아가보니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그곳에서 찍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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