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기 "영화는 중노동, 그래도 주저앉을 순 없다"

윤여수 기자 / 입력 : 2008.02.25 08:16 / 조회 :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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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쿠! 좀체로 여유가 없네. 허허허!"

배우 안성기가 언제나처럼 웃는 얼굴로 악수를 청했다. 센바람이 옷깃을 세우게 하던 지난 23일 초저녁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안성기는 근황을 묻자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시장이 안좋으니까 개봉 첫주를 놓치면 안된다는 (영화관계자들의)초조함이 눈에 보여. 덩달아 나도 괴로워."(웃음)

자신도 "여유가 없어지고 숨이 가빠진다"는 안성기는 예전에 한 편의 영화 개봉을 앞두고 가졌던 "즐거움과 기대감"은 "이제 영화판 사람들에게는 절박함 같은 걸"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것은 곧 이 '국민배우'에게는 또 다른 책임감으로 다가온 듯하다. 오는 3월6일 영화 '마이 뉴 파트너'(감독 김종현ㆍ제작 KM컬쳐)의 개봉을 앞두고 안성기는 배우로서 자신의 책임감을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마이 뉴 파트너'는 인간적인 경찰서 풍속반장인 아버지(안성기)와 냉정한 젊은 형사(조한선)이 8년 만에 만나 사건을 해결해가는 이야기. 그 과정에서 두 부자는 과거의 아픔을 씻어내리며 서로를 이해해간다.

안성기는 '투캅스' 시리즈 이후 12년 만에 형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형사 역할은 참 오랜만인 것 같아요.

▶어, 그런가? '형사:Duelist'의 포교 역을 하긴 했는데.(웃음) '투캅스'말고는 없었던 것 같아. 내가 형사 역을 하면 냉철하고 찬바람 쉭쉭 하는 걸 해야 하는데, 인간적인 모습으로만 보였어.(웃음) '마이 뉴 파트너'는 그것보다는 아버지와 아들이 우연찮게 만나 서로 티격태격하면서 서로 이해해가는 얘기지. 보기 괜찮은 액션 장면도 꽤 나와.

그러면서 안성기는 "아버지와 아들이 손잡고 와서 보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했다. "부자지간에만 있는 갈등 같은 거. 부자지간이 아니면 느끼지 못할 것들이 있잖아."

-그런 갈등을 겪어보신 적이 많으신가요.

▶내 아버님이 올해 84살이신데 지금까지 큰 갈등은 없었던 것 같아. 워낙 아버지께서 가정적인 분이셔서. 약주도 잘 못드시고 일 끝나면 그저 집으로 돌아오시는 분인데, 아마 내가 그런 걸 닮았나봐. 뭐, 집에 큰 도움은 안되지만 늘 곁에 있다는, 그래서 위안을 주는 존재 같은 그런 분이랄까, 나도 마찬가지이지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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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들에 대해서는 어떨까요.

▶우리 큰놈은 머리가 좀 장발인 편인데, 나도 그렇고 집사람도 그렇고, 좀 머리카락을 잘랐으면 하지. 근데 그것도 한때이겠지.

-만일 두 아들 가운데 누구라도 영화를 하겠다면.

▶요즘 젊은 친구들이 이 쪽에 관심이 많아. 하고, 하지 않고는 나중 문제라고 생각해. 큰 아이는 미술을 전공하고 있는데 지금은 우선 그림을 많이, 잘 그리는 게 우선이다고 말하지.

-모두 미국에서 공부 중인데, 가슴이 짠하실 때도 있을 것 같아요.

▶부모로서 좀 더 따뜻하게, 저녁도 함께 못먹고…. 마음이 좀 안됐어. 공부가 뭔지 하는 생각도 들고.

-미국에 자주 못가시잖아요.

▶아, 이번엔 애들이 겨울방학 때 다녀갔어. 하하.

-아버지에 대해선 어떠신가요.

▶너무 오래 부모님과 떨어져 살고 있어. 옛날처럼 대가족으로 살지 못하는 것도 그렇고, 자식으로 도리가 아닌 느낌이 있지. 서로 편하게 사는 것도 좋지만, 연로하시니까 모셔야하는데 하는 생각도 들고. 자주 찾아뵙는 것 밖에 없어.

순간, '데뷔 50주년이 지난 배우'에게 너무 사적인 질문만을 던지고 있나 하는 멋쩍은 생각이 스쳤다.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갔다.

-'마이 뉴 파트너'에선 "보기 괜찮은 액션"도 있다고 했는데, 어떤 것일까요.

▶난 좀 사실적인 액션이야. 특이한 액션은 조한선이 하고. 마지막 촬영을 대규모 액션신으로 했는데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가슴아파하는 장면이지. 서로를 지켜보며 액션 연기를 하는데 좀 특별한 것 같아.

-조한선이 많이 닮았던가요.

▶웃음으로 뭘 때우려고 하는 거, 뒤통수 긁적이며 대충 미안해하며 넘어가려는 것. 그거 내가 젊을 때 많이 써먹던 거거든.(웃음)

-'투캅스' 속 형사의 이미지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어요.

▶영화 초반부에 그런 모습이 잠깐 비치는데 오히려 친근감을 주지 않을까 싶은데, 관객에게. 크게 방해받을 것 같지는 않아.

안성기는 이후 한국영화가 처한 현실과 관객들에 대한 아쉬움을 소리를 냈다. 오랜 세월 그는 영화와 더불어 한국영화의 부침과 함께 해왔다. 그런 그가 관객에게 전하는 목소리의 울림은 더욱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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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상황이 짧아졌으면 좋겠어. 사실 죽 연기를 해온 입장에서 보면 위기일 때가 한 두 번이었겠어? 하지만 현재 활기를 잃은 건 사실이야. 그렇다고 주저앉을 수 없는 문제잖아. 각각 분야에서 노력하고 조금씩 돌파구를 열어가야지. 정책의 측면에서도 해답이 나와 있으니 현실화하면 되지 않겠어?

안성기는 특히 관객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많은 듯했다.

▶2차 부가판권 시장도 살려야 해. 불법 다운로드도 막고. 좋은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관객도 좀 투자를 해야지. 관객도 즐거움과 행복감을 주는 영화를 만드는 데 일조하는 사람들이잖아.

"제작비를 줄이려는 노력도 하고 있어. 탄탄한 프로덕션을 위해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기도 하고"라며 요즘 영화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전에는 새로운 영화가 많이 나와 관객이 우리 영화를 반기다가, 그 작품적 수준이 유지되고 또 그러다보니 신선미가 떨어지고. 좀 더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는 영화가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한 안성기는 "영화 현장을 정말 막노동이야"라고 말한다.

▶중노동이지. 겉으로는 화려한 듯 보이지만. 배우도 마찬가지야. 쉽게 돈버는 사람으로 비쳐져, 가끔 불이익을 받을 때도 있어.

"하지만 진리는, 변하지 않는 진리는 좋은 작품을 만드는 거지."

안성기는 "그러면 우리가 (관객에게)즐거움과 행복감을 주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게 하지 않을까?"라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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