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설경구, 김태희 만나 소심해지다(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07.11.27 13:25 / 조회 : 23315
image
ⓒ<김병관 kimbk23@>

까칠하다면 까칠하다. 투덜댄다면 투덜댄다. 이 남자, 흉포하지는 않지만 쉽게 호감은 가지 않는다. 그런데 말을 섞다보면 어느새 그 안에서 놀고 있다.

설경구. 그는 스스로를 "까칠하다"고 말한다. 촬영현장에서는 "감독님 말을 가장 잘 듣는 배우"라고 자처하지만 종잇장처럼 얇은 감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설경구의 둔탁함에 상처받기 쉽상이다.

"선입견? 뭐, 할 수 없죠. 아니라고 하고 다니는 것도 우습고. 내가 아니면 되는 거지, 뭐."

그래서일까, 설경구는 수많은 인물들을 연기했지만 사람들은 그에게서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남자를 본다. "사람들이 그걸 내 전공이라고 생각하는데 할 수 없죠"라는 이 남자, 하지만 이번에는 소심한 남자를 연기한다.

이미 차기작 '공공의 적3-강철중'을 연기하기 위해 살을 찌우고 느물함이 배이기 시작했지만 분명히 그는 '싸움'(감독 한지승ㆍ제작 시네마서비스)에서 마누라에게 처절하게 얻어터지는 못난 남자를 연기했다.

왜, '싸움'일까?

'그 놈 목소리'에서 맡았던 역할이 신뢰의 상징 같은 앵커였다면 이번에는 소심하고 내세울 것 하나 없는 인물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설경구는 "전작과 비교해서 차기작을 선택하는 편"이라고 했다.

"원래 나는 갈 때까지 가보자는 스타일이에요. 내 밑바닥을 모르니 일단 가보자는. 그런데 '싸움'은 어느 순간 타협을 해야하는 지점이 있죠. 진짜 미친듯이 싸워도 이상하고 그렇게 안싸워도 이상한."

설경구는 배우는 끝까지 배워야하기 때문에 배우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감독을 만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그래서 새로운 무엇인가를 배워야 한다고 믿는다. 그에게 '싸움'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한지승 감독은 다른 어떤 감독들보다 테이크를 많이 갔다. 비슷한 장면을 이 각도에서 찍고, 또 저 각도에서 찍고, 올려서도 찍고, 내려서도 찍었다는 뜻이다. 그러다보니 감정을 유지하기가 쉽지가 않았다.

"처음이었죠. 이렇게 테이크를 많이 가는 감독님은. 초반에는 그래서 짜증도 좀 냈어요. 그런데 한지승 감독님이 믿으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믿었죠. "

설경구는 촬영장에서 다른 배우처럼 모니터를 잘 보지도 않는다. 연기한 대로 나오는 걸 뭐하러 보느냐는 주의다.

상대역인 김태희 역시 설경구에게는 새로운 만남이다. '연기가 괜찮냐' '어떤 아이디'라고 이제 사람들이 하도 물어봐서 지겹다는 그는 "아~무런 선입견도 없구요~. 아~무런 편견도 없었어요"라며 손을 내저었다.

"너무 열심히 준비를 해서 문제지"라며 심드렁하게 말하던 그는 "내가 주도하거나 그런 것도 없었어요. 특히 이 영화는 한지승 감독이 이끌었죠"라고 강조했다. 설경구는 영화는 감독의 것이라고 믿는다. 배우는 그가 준비한 마당에서 신명나게 놀면 된다고 생각한다.
image
ⓒ<김병관 kimbk23@>


확고한 자기 주관. 그래서 남들의 소리에도 그닥 개의치 않는다. 스스로 생각해도 그 얼굴에 이렇다 저렇다 할 정도로 많은 여인네들과 별의별 소문이 돌았지만 콧방귀를 뀌고 만다.

"내가 아니면 됐지, 뭘." 심드렁도 하고, 까칠하기도 하고, 그렇지만 확실한 남자다.

'싸움'은 자칫 선입견을 가지고 보게 될 영화일 수 있다.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한지승 감독에 대해, 또 '중천' 이후 연기력이 도마에 올랐던 김태희에 대해, 그 자신 설경구에 대해...

"어, 그럴 수도 있겠네요"라는 설경구지만 "어쩌겠어요.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판단해야지"라며 '썩소'를 날린다.

사랑이란 게 정의가 있나요, 싸움이란 게 정의가 있겠어요, 부부 생활 지침서대로 사는 사람들이 어디 있겠어요, 라는 그이기에 '싸움'은 그 자신도 궁금한 작품이다.

설경구에게 '싸움'의 의미는 '그 놈 목소리' 차기작일 뿐이다. 차기작인 '공공의 적3-강철중'은 '싸움' 차기작일 뿐이다. 그는 "굳이 작품에 의미를 따지자면 '박하사탕' 정도만 의미가 있을 뿐"이란다. 이유인 즉슨 "매 순간 의미를 따지고 살지 않고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공공의 적2'는 '공공의 적'의 주인공 강철중과는 별개의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그는 7년 전을 새삼 떠올린다.

"강우석 감독이 그러더라구요. 7년전에는 니들이 지금같지 않았다고. 그 말을 듣고 생각했죠. 그 때로 돌아가야겠다고."

'박하사탕' 이후 8년이 지났지만 설경구는 여전히 까칠하다. 한결같고. 그리고 돌아가려 한다. 처음으로. 설경구에게 있어 '그 놈 목소리'와 '강철중' 사이에 있는 작품인 '싸움'은 12월13일 관객과 만난다.



  • 트위터
  • 페이스북
  • 라인
  • 웨이보
  • 프린트
  • 이메일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