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 "'왕의 남자'는 큰 영광이요, 족쇄다"

전형화 기자 / 입력 : 2007.05.1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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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균 tjdrbs23@>


이준기를 처음 만난 것은 그가 '호텔 비너스'를 막 촬영하고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다 우연히 합석해 만난 이준기에 대한 첫 인상은 '닛폰삘'이구나 하는 정도였다.

동석한 누군가는 '너무 일본 분위기가 나서 이상하다'고 했고, 누군가는 '오히려 요즘에는 그런 게 대세일 수 있다'고 했다. '발레교습소'를 봤을 때는 인상이 깊었다는 수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였다.


시간이 흘러 '왕의 남자'가 터졌다. 말 그대로 '터졌다'. 이준기는 순식간에 대중의 우상이 됐고, 그의 일거수 일투족이 뉴스가 됐다. 이준기가 '마이걸'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이준기가 누구지' 했던 게 이준기의 '마이걸'로 둔갑할 정도였다.

그 뒤 이준기는 춤과 노래가 합쳐진 팬미팅 '에피소드1'을 벌였다. 놀랐다. 가수 콘서트에 못지 않았다.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배우를 하면서 춤과 노래가 가능한 만능 엔터테이너가 등장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플라이 대디'가 개봉했다.


이 때부터였다. 이준기에게 '거품론'이 제기된 것이. 이준기의 티켓파워가 도마 위에 올랐고, 연기력에 머리 스타일까지 다양한 곳에서 뒷소리가 나왔다.

대중에게 정식으로 소개된 게 고작 네 작품 뿐인 신인에게, '왕의 남자' 이후 한 작품만 보여줬을 뿐인 배우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가득했다.

이준기 역시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가 '다음텔존'을 통해 네티즌에게 물은 첫 번째 질문인 '자신의 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은 자신이 배우로서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눈인데 누군가는 좋다고 하고 누군가는 나쁘다고 한다며 고민 끝에 토로한 것이었다.

머리 모양에 대한 질문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해야 배우로서 인정해 줄 것이냐는 질문 역시... 이준기는 머리부터 발 끝까지 신인으로서 고민하고 있었고, 연기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그와 정말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 때로는 진지하고 때로는 유쾌했다.

-'화려한 휴가' '첫눈' '개와 늑대의 시간'까지 작품들이 연이어 개봉하는데요.

▶어떻게 하다보니 다 겹치게 됐어요. 조금도 쉬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보면 푹 쉬다가 몰아서 하는 것처럼 보일 것 같아요.

-'화려한 휴가'에 출연하게 된 계기가 궁금한데요.

▶솔직히 말해서 그런 영화가 준비되는 줄도 몰랐어요. '화려한 휴가' 시나리오가 너무 좋다는 매니저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제목만 듣고서 휴가를 떠나서 벌어지는 일가족 살인사건을 다룬 영화인 줄 알았죠.(머리를 긁적이며) 사실 김상경 선배의 역이 너무 탐이 났어요. '첫눈' 촬영까지 공백도 있었고, 쉬기도 싫었고, 작품도 탐이 나 출연하게 됐죠.

-김상경의 동생으로 '화려한 휴가'에 출연하죠.

▶상경 선배를 보면서 프로 정신이라는 것을 배웠어요. 스태프와 한 몸이 되어 작업을 하는 것을 보고, 내가 스타라는 타이틀을 달고 소홀하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잠시 '화려한 휴가'에 대한 그의 답변을 끊고 다른 질문을 던졌다. 인터뷰한 날이 마침 '화려한 휴가' 제작보고회가 열린 날이어서 그에 대한 답은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각종 영화제와 스크린쿼터 시위에서 늘 선배들과 못 어울리고 뻘쭘하게 서 있는 이준기를 보아왔다. 영화계 선배들과의 관계가 궁금했다. 그 유명세 탓이었겠지만 이준기는 지난해 각종 행사에 신인치고는 너무 많이 불려갔다. 솔직히 신인인 그가 대통령과 스크린쿼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이벤트에 불과했다.)

-각종 행사에서 다른 배우들은 서로 정겹게 지내는데 거기에 잘 끼지 못하는 것 같아요. 신인으로서 너무 많이 소비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뻘쭘하죠. 갑자기 주목받고 상을 받고, 여러 행사에 나가고...선배들도 서먹했을 거에요. 작품을 같이 한 것도 아니고, 그야말로 생 '초짜'인데...하지만 계속 여러 자리에서 보게 되니 잘 챙겨주세요. 다음 번에 만날 때 더 편하게 되구요.

-'플라이 대디'는 '왕의 남자'를 하면서 미리 출연하기로 결정한 것이고, '첫눈'이 사실상 '왕의 남자' 이후 첫 번째 고른 작품인데요. (기자는 한일 합작영화인 '첫눈'의 하이라이트와 결말을 일부 봤다. 그렇기에 그의 출연 동기가 궁금했다.)

▶그 전부터 관심이 많았어요. 일본의 톱스타가 이미 캐스팅이 된 상태였고, 나만 출연하면 될 정도로 준비가 철저했으니까요. 일본에 진출한다는 의미보다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었죠.

-'개와 늑대의 시간' 촬영이 계속 늦춰졌는데 불안하지는 않았나요. (당초 '개와 늑대의 시간'은 이준기와 에릭이 출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캐스팅이 변경되고 편성이 잡히지 않으면서 마냥 촬영이 늦춰졌다.)

▶초조하지는 않았어요. 기다리면서 계속 준비를 했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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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남자'부터 이준기의 머리 변천사>


-머리스타일에 대해 이야기가 정말 많아요.

▶계속 똑같은 스타일이었던 것은 변화할 계기가 없었기 때문이에요. 스타일을 바꾸는 데 별로 신경을 쓰지 않으니까요. 자를 때가 되면 자르는 거죠. 어떤 작품에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이미지 변신을 위해 머리카락을 자른다는 것도 이상하지 않나요.

하지만 그러다보니 이준기는 헤어스타일에 변화를 주지 않는 배우라는 소리를 들어요. 가수면 염색이라도 할텐데. '개와 늑대의 시간' 후반에서는 스포츠형 머리 스타일도 보여줄 거에요. 머리에 대해 말이 너무 많아서 공식석상에선 아예 모자를 쓸까 생각도 했어요. 그러면 예의없다고 하겠지라고도 생각했구요. 그래서 정장을 꼭 입었던 거구요. 1년만 참았다가 나중에 시상식 때는 파격적으로 입고 나갈 생각도 있어요. 염색도 하고.

(이준기는 헤어스타일에 대한 안티팬과 일부 언론의 질타에 생각이 많았던 것 같았다. 나중에 악플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도 머리 모양에 관한 것은 빠지지 않았다.)

-SM 연습생이라는 소문도 나돌았죠.

▶참 어처구니가 없어요. 댄스 가수에 관심이 있어서 SM 오디션을 보러 간 적이 있어요. 몇 번 떨어졌죠. 그런데 그게 와전되서 동방신기와 원래 한 팀이었다느니, 이런 저런 말도 안되는 이야기로 부풀려지더군요.

-아이돌 이미지가 강해요. 당신의 그런 이미지에 반감을 갖는 배우들도 있어요. 배우가 아니라 아이돌 스타 같다는 거죠.

▶내 팬들의 표현 방식이 아이돌에 대한 그것과 비슷한 부분이 있어요. 이런 생각은 해요. 아직 내가 그 캐릭터에서 변화를 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하지만 아이돌 같은 부분도 놓치고 싶지 않고, 또 배우로서도 인정받고도 싶어요. 내 욕심이죠.

-'에피소드1' 때 노래도 발표했어요. 그래서 가수로 데뷔하는 게 아니냐는 소리도 있었죠.

▶누가 배우를 쉽게 생각하고 한다고 하면 나라도 화가 날 거에요. 마찬가지로 내가 가수가 되겠다고 하면 가수 분들도 얼마나 괘씸하겠어요. 그냥 배우로서 춤과 노래를 보여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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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균 tjsrbs23@>


-'왕의 남자'의 공길 이미지로 스타덤에 올랐지만 발목을 잡고 있기도 한데.

▶공길 이미지는 족쇄가 맞아요. '왕의 남자'를 언제까지 욹어먹느냐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도 똑같이 생각해요. '왕의 남자'는 내게 큰 영광이요, 큰 행복이며, 큰 족쇄이기도 해요. 계속해서 깨질 거에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럴 수 밖에 없죠.

-사실 '플라이 대디'는 이문식이 주인공인데 본의 아니게 이준기가 주인공인 것처럼 알려졌죠.

▶홍보하면서도 부끄러웠어요. 내 이름이 이문식 선배 앞에 붙는 것도 부끄러웠구요. 사실 그때 나도 그렇고 이문식 선배도 그렇고 둘 다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영화를 찍어서 불안불안한 부분이 없지 않았어요.

나를 부각시키면서 작품을 너무 하이틴화한 게 아닌가 싶었죠. 그 당시는 내 주위에 오면 다들 붕붕 떠다니면서 정신이 없었어요. 나 역시도 그랬고.

-항간에는 이준기가 '죽었다'는 소리도 돌아요.

▶불과 2년 밖에 안됐어요. 대중에게 나를 알린 게.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진이 빠져요. 내가 언제 힘이 있기는 했나 하는 생각에. 매스미디어가 만든 허상이 아니었나라고 생각하죠. 그러다 또 그게 이준기 아니냐는 생각에 고민도 하구요.

-팬카페도 그렇고, 네티즌과 소통에 무척 열심인데요. 악플도 꼼꼼히 읽는 것 같고.

▶변태 기질이 있나봐요. 나를 깎아내리는 것을 보고 내가 화를 내는 것을 즐기는 것 같아요. 리플이 안달리면 섭섭할 것도 같아요. 리플 중 악플이 60%에요. 별의별 게 다 있어요. 귀가 기형이어서 머리카락으로 가리고 다닌다, 정준하보다 머리가 크다, 가슴이 모아진다...

똑같은 내용의 악플은 이제 별로 보지도 않아요. 차라리 참신한 악플이 있었으면 해요.(웃음)

배우에게 정말 상처를 주고 싶으면 연기에 대한 단점을 제대로 꼬집어야 해요. 그런게 있으면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죠.

-소위 뜨게 되면 변했다는 소리도 듣기 마련인데요.

▶많이 들어요. 서운하기도 해요. '왕의 남자'를 할 때는 "너는 잘 될 거야"라고 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싸가지'가 없어졌네"라고 하기도 해요. 하지만 스케줄이 워낙 많다보니 놓치는 게 너무 많아요. 나는 그대로인데 사람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는 않나봐요.

(그에 대한 갖가지 소문은 이 쯤에서 그만 물었다. 이준기는 아플 수도 있는 질문에도 조금도 가리지 않고 솔직하게 답했다. 내친 김에 보아와의 소개팅에 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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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와 보아, 이준기가 함께 등장해 인터넷에 큰 화제를 모은 사진>


-이효리가 보아를 소개시켜줬다고 해서 장안의 화제가 됐어요.

▶효리 누나와는 술친구에요. 처음에 효리 누나를 봤을 때는 모든 남자가 그랬겠지만 두근거렸죠. 하지만 술을 함께 한 번 먹고 '평생 누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어쨌든 심심하기도 해서 여자 좀 소개시켜달라고 농담처럼 이야기했죠. 그랬더니 가수 몇 명을 거론하는 거에요. 에이, 부담된다고 그랬죠. 그러다 어느날 누가 관심을 보인다고 하더라구요.

그게 보아였던 거죠. 효리 누나가 정장을 입고 왔다고 놀렸는데 그 때 대만에서 '왕의 남자' 홍보 일정이 있어서 귀국하고 바로 온 거에요. 그러니 빨간 정장 그대로였죠. 내가 생각해도 그 당시 내 모습이 웃겼을 거에요. 하지만 그게 다에요.

가끔 술도 마시고 커피도 마셨지만 서로 일정이 바쁘다보니 오빠 동생으로 지내기로 했죠.

(그럼 사귀다 오빠 동생으로 남기로 했냐고 재차 물었다) 사귀기는요, 알아가는 과정이었죠.

음, 한 번 스캔들이 나보니 아예 스캔들이 정말 한 번 나보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들어요. 인복이 좋으니깐 될 수도 있겠죠. 푸하하.

-요즘 가장 큰 고민이 뭐죠.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라는 거에요. 얼마 전 시상식에서 박찬욱 감독님 옆에 앉았어요. 요즘 뭐해요라고 물으시더라구요. 자신은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저 좀 시켜주면 안될까요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어요.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조금씩 조금씩 나를 보여주는 수밖에.

(인터뷰를 마치면서 이준기는 기자들이 쓰는 기사가 어떤 방식으로 기사화되는지 궁금증을 드러냈다. '기자가 안티'라는 소리가 나오는 사진이라든지, 제목이라든지. 호기심 청년과 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Daum 텔레비존(http://tv.media.daum.net)과 함께 하는 스타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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