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여왕', '살아야 한다'는 죽음의 멜로드라마

김현록 기자 / 입력 : 2007.01.08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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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월화드라마 '눈의 여왕'(극본 김은희 윤은경·연출 이형민)이 8일 16부를 마지막으로 종영했다. 3년 뒤 라는 자막이 다소 허탈하기도 했지만 반전도 없고 억지 해피엔딩도 없는 조용한 결말이었다. 하지만 소수에게 깊이 사랑받은 섬세한 멜로드라마에 더없이 어울리는 끝이었다.

마지막회에서는 불치병에 걸린 보라(성유리 분)가 끝내 "살아야 해"라는 마지막 당부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뒤 홀로 남은 태웅(현빈 분)이 수학자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담담하게 그려졌다. 추억이 남은 도서관에 찾아간 태웅이 농구장에서 보라의 환영을 보는 것으로 드라마는 마무리됐다. 그간 울부짖고 절규하는 슬픈 연인들의 모습을 그려냈던 데 비하면 담담한 결말이지만 조용해서 더 가슴이 저민다는 것이 열혈 시청자들의 반응이다.

드라마의 성공을 가늠하는 잣대가 시청률인 상황에서 '눈의 여왕'은 5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주몽'과 맞붙어 한자릿수 시청률로 연명한 비운의 드라마의 하나로 기억될 지 모른다. 그러나 한 사람의 죽음이 남은 이들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마음을 닫아 건 사람들이 어떻게 서서히 문을 열고 타인을 받아들여가는지를 그린 이 사려깊은 멜로드라마는 인기 대신 감성과 의미로 더 깊은 여운을 남겼다.

실제로 '눈의 여왕'은 '눈왕족'이라 스스로를 부르는 폐인층을 양산했고 다시보기에서 '주몽'을 훨씬 앞지르며 팬들의 뜨거운 인기를 확인했다. 이른바 또 하나의 '마니아 드라마'다.

특히 모범적인 수학천재 태웅과 거친 복서 태웅의 두 모습을 소화해 낸 현빈은 '눈의 여왕'의 수확 가운데 하나다. 드라마 '아일랜드'를 시작으로 '내 이름은 김삼순'을 거쳐 스크린을 돌아 브라운관에 돌아온 현빈은 작품마다 돋보이는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현빈의 눈물연기가 매 회마다 화제가 될 만큼 그 존재감이 컸다. 파트너 성유리는 초반의 연기력 논란에도 불구하고 뒤로 갈수록 집중력있는 모습을 선보였다.

사랑하는 친구, 혹은 가족의 죽음으로 시작을 알렸던 '눈의 여왕'이 16회에 이르러 강조하는 것은 결국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다. 그간 '미안하다, 사랑한다'와 '이 죽일 놈의 사랑'에서 사랑을 듬뿍 받던 주인공들이 남김없이 죽음을 맞게 했던 이형민 프로듀서의 메시지라 더욱 눈길을 끈다. 아파도 슬퍼도, 결국 남은 이는 살아 남아 견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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