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하이 "타블로 질투했으면 음반 못 냈을 것"

김지연 기자 / 입력 : 2005.10.19 14:09 / 조회 : 2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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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그룹 에픽하이를 가수라고 부르지만 그들은 가수라는 타이틀을 거부한다. 단지 음악을 사랑했기 때문에 지금 이 자리에 서게 된, 에픽하이는 '음악을 하는 사람들'일 뿐이다.


음악을 위해 뭉친 에픽하이가 3집 '스완 송스(swan songs)'로 돌아왔다. 지난 2004년 발표한 2집 '하이 소사이어티(High Society)'와는 사뭇 다른 음악이 앨범 한 장에 꽉 차있다.

"에픽하이는 3명의 과학자"

에픽하이가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틀에 박힌 것은 그만두고 새로운 것을 하자는 강한 의지 덕분이다.

같은 힙합 음악을 해도 힙합이라는 개념을 갖고 전혀 다른 곳으로 가고자 했다. 한 마디로 지구에서 놀고 있는 힙합이라는 친구를 우주로 데려갔다. 덕분에 지루한 힙합은 하지 말자는 그들의 각오는 현실이 됐다.


또 스스로의 힘으로 곡 만드는 방법을 터득한 덕분에 세 명의 멤버는 나름의 스타일로 음악을 창조한다. 혹자는 "그런 곡을 그런 식으로 만드는 사람은 세상에 너 밖에 없을거야"라고 칭찬 아닌 칭찬을 던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좋다.

"꼭 3명의 과학자가 함께 음악을 만드는 것 같다"고 말하는 에픽하이의 말처럼, 어쩌면 그들은 음악이라는 소재로 창조의 영역에 도전하는 과학자일지도 모를 일이다.

"3집은 타락, 죽음 그리고 사랑에 대한 관찰"

대중성을 고려했다면 과연 3집이 만들어졌을까라는 의문이 들만큼 3집은 대중성과 거리가 멀다.

"1집 타이틀이 가장 대중적이었어요. 멜로디도 편하고 가사 내용도 서정적이고요."

하지만 3집은 다르다. 하나의 주제로 이 앨범을 표현할 수 없지만, 3집은 타락, 죽음 그리고 사랑에 관한 관찰을 담았다.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한 한 남자의 절실함을 하늘에서 사랑을 위해 탈출한 한 천사의 외로움과 간절함에 빗대어 표현한 10번 트랙 'Paris'를 비롯해, 답답한 도시 속에서 벗어나고픈 욕망과 물질 만능주의적인 사회를 스쿠터와 스케이트 보드로 대변, 풍자한 7번 트랙 '라이드(Ride)' 등 가볍지만은 않은 주제를 담고 있다.

물론 타이틀 '플라이(Fly)'는 힘든 인생살이를 견뎌내고 있는 우리네들에게 'You Can Fly'라는 조금은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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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이 에픽하이의 음악을 어떻게 들어줄까하는 고민보다는, 하고 싶은 음악에 충실한 앨범이다. 그래서 평가는 팬들의 몫이지만 인트로부터 아웃트로까지 한 번만이라도 그들의 음악을 온전히 들어 본 후 평가해 줬으면 하는 것이 에픽하이의 바람이다.

"타블로와 에픽하이"

에픽하이라는 그룹에는 MBC 청춘 시트콤 '논스톱5'로 친숙한 타블로가 있다. 타블로가 가수였는지 고개를 갸웃거릴 사람도 있겠지만, 타블로는 음악에 인생을 던진 사람이다.

에픽하이의 다른 멤버 미쓰라와 DJ 투컷 역시 음악에 자신을 내맡겼다. 하지만 그러함에도 타블로에게 쏠리는 뭇사람들의 많은 시선을 보면 조금은 섭섭할 법도 하다.

"한 사람이 돋보인다고 시기나 질투가 있었다면 음반 못 냈을 거에요. 각자 사생활은 있지만 에픽하이라는 틀 안에서 우리 셋은 하나에요."

음반을 내기 전 숱한 고통을 함께 나눈 동지이기 때문에 에픽하이는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사실을 안다.

첫 앨범 발매 전 세 사람은 한꺼번에 사기를 당해 빚도 져보고 무명이라는 이유로 억울한 일도 많이 겪었다. 그래서일까? 타블로, 미쓰라, DJ 투컷 이 세 사람은 옆에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자연스레 힘이 되는 그런 존재다.

물론 3집 '스완 송스(swan songs)를 발표하면서 예기치 않은 해체설에 시달렸다. 덕분에 가끔은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난다'는 속담이 사실일 수 있음을 체감했다.

예상컨대 앨범의 제목인 '스완 송스'가 백조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우는 소리라는 뜻으로, 예술가가 죽기 전이나 은퇴하기 전 마지막으로 남기는 유작을 일컫기 때문에 빚어진 오해가 아닐까 추측해 본다. 어쨌든 에픽하이의 타블로가 "해체는 없다"고 자신의 미니홈피에 글을 남기며 해체설은 일단락됐다.

비온 뒤 땅이 굳는다고 했던가. 수많은 역경을 함께하며 음악으로 똘똘뭉친 에픽하이가 오늘도 묵묵히 길을 걸어간다. 진짜 현실적인 인간들의 음악을 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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