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감독,"'금자씨'더 잔인하게 해석됐다"

부산=김수진 기자 / 입력 : 2005.10.08 17:10 / 조회 : 9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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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금자씨' 해석 오해 많다"

박찬욱 감독의 말이다. '친절한 금자씨'가 자신이 연출 당시 생각했던 것보다, 개봉 이후 많은 부분이 더 잔인하게 오해됐다는 것이다.

8일 오후 4시 30분 부산 해운대 스폰지 내 메가박스에서 박찬욱 감독은 관객과의 만남의 시간을 갖고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박찬욱 감독은 이날 "영화 속 제니가 양부모와 함께 금자의 방에서 잠을 자는 장면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데, 나는 원모의 원혼이 다녀갔다고 표현했던 것이다. 하지만 나의 연출의도와는 달리 그것이 제니의 양부모에게 해를 준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영화를 하면서 '내가 그동안 잔인한 영화를 만들었구나'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관객과의 일문일답

-'친절한 금자씨'를 네번 봤다. 이번 영화를 만들때 그림형제의 동화처럼 잔혹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 어떻게 반영됐나.

▶박찬욱=꼭 그림형제의 동화만 국한해서 말했던 것은 아니다. 많은 동화가 원본을 보면 상당히 무서운 이야기이다. 금자씨는 조금 상황이 달랐다. '금자씨가 사고를 저지르고, 감옥에 간다. 금자씨가 감옥에서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푸는데 성격도 못되고 더러운 노파가 들어온다. 금자가 친절을 베풀어 그 노파가 광채가 나는 사람으로 변한다. 그 노파가 금자에게 세가지의 카드를 주고, 금자가 출소해 그 세가지 카드로 복수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금자의 얼굴에서 광채가 나고 노파의 존재가 사라졌다.

영화속 유족들이 만나서 백선생의 복수에 대해서 회의를 하는 것은 동화적 요소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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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금자씨'에서 연출할때 특별히 신경쓴 부분이 있나. 가령 컴퓨터 그래픽 같은 것.

▶박찬욱='친절한 금자씨'에는 카메라를 보면서 이야기하는 장면이 많다. 카메라의 포지션도 그렇고. 금자씨가 백선생을 생포해 놓고, 권총을 겨눴다가 말았다가 하는 장면이 그렇다. 금자가 권총 설계도를 놓고 보는 장면에서는 금자씨 얼굴에 컴퓨터 그래픽으로 철창이 드리워지는데, 그 다음엔 남파 간첩을 씻겨주는 장면으로 연결된다. 여기서 나는 몇가지 물건을 가지고 여기는 철공소라는 것을 알려주려 했다. 연극적 요소다. 나는 컴퓨터그래픽을 사용한 이 장면들이 연극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왜 컴퓨터 그래픽을 쓰냐. 영화에 감정적으로 몰입하는 것을 살짝 누르기 때문이다. 지적인 거리를 가져달라는 요청이다.

-주연배우의 연기에 대해서말해달라.

▶박찬욱=이영애씨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해서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고 그중에 최선을 고르는 주의다. 영화를 촬영하면서 그녀에게 확신을 갖게 하는 작업이 중요했다. 그것은 이영애라는 배우가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내 영화속 인물은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다. 단순화된 인물은 현실성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일관성을 중시하는 감독이 아니다. 내가 시나리오를 쓰면 배우들이 항상 물어본다. 캐릭터의 일관성이 없다고. 금자씨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천사 금자씨와 마녀 금자씨가 나온다. 때문에 연기력이 중요했다. 연출에 대한 확신도 중요했다.

-전작의 주연배우들이 카메오로 등장하는데.

▶박찬욱=카메오로 많은 배우들이 등장한다. 유지태는 원모의 유령으로 나온다. 성장하는 최초의 유령이다. 송강호, 신하균의 경우 '이영애의 손에 죽는거야'라는 말에 곧바로 출연을 결정했다. 배두나는 스케줄이 안된다고해서 고심하다가 결국 스케줄이 꼬였다. 강혜정과 윤진서는 당초 출연하려고 했던 배역이 아니다.

-내레이션이 나오는 이유는

▶박찬욱=먼 미래로부터 온 회고록이라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다. 영화의 시점에서 제니가 회상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제니가 자신의 엄마(이영애)에 대해 이야기 하는 형식의 영화인 것이다. 영화 '가위손'도 그런 형식이다. <사진=박성기기자 musict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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