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전', 중독성 강한 홍상수식 유머

김관명 기자 / 입력 : 2005.05.12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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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안 들기로 소문난 김기덕 홍상수 감독 영화도 따지고 보면 재미있다. 지난해 '빈집'에서 김기덕 감독이 보여준 그만의 유머 감각은 전작 '사마리아'의 둔탁한 핏빛 이미지를 상쇄시키기에 충분했다. 세상에 남편 몰래 뒤에 숨어 아내(이승연)가 떠주는 생선을 받아먹는 외간남자(재희)라니..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해 화제를 몰고 다니는 홍상수 감독의 '극장전'도 마찬가지다. 홍상수 감독이 '생활의 발견'에 이어 콕 찍은 배우 김상경이 보여주는 얼굴표정과 툭툭 내던지는 말투, 그리고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상황 속에는 견디기 힘든 '홍상수식 유머'가 꿈틀댄다.

우선 '극장전'은 영화에 의한, 영화에 관한 영화다. 조금 복잡하기는 하지만 줄거리는 이렇다. 일단 막 수능을 끝낸 상원(이기우)이 중학교 동창 최영실(엄지원)을 만난다. 그리고 '잔다'. 여기까지가 영화 속 영화다. 이 영화 속 영화를 보고 난 예비 영화감독 김동수(김상경)가 영화 속 영화의 여배우 최영실(엄지원)을 극장 앞에서 우연히 만난다. 그리고..

이런 식이다. 여기에 영화 속 영화를 연출하고 출연까지 한 감독이 김동수의 선배라는 사실이 끼어들면서, 영화 속 영화(이제부터 1부라고 하자)는 묘한 현실감을 갖고 현실의 김동수-최영실(2부)을 지배하기 시작한다. 아니, 김동수-최영실만이 아니라, 이 '극장전'이라는 영화를 보는 관객까지 지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극장전'의 재미는 이런 줄거리와 메시지에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이기우가 등장하는 1부와 김상경이 등장하는 2부의 장면과 대사와 행위가 '반복'되는 상황에 있다. 이것이 미스터리, 액션, 공포, 에로 등등 기존 장르영화에서는 도저히 맛볼 수 없는 홍상수 감독만의 스타일일까.

상원이 최영실을 만났을 때 악수를 했다. 동수도 최영실을 만났을 때 악수를 했다. 상원이 최영실에게 "같이 죽자"고 하니, 동수도 최영실에게 "우리 죽을까요?"라고 했다. 남산, 여관, 섹스, 심지어 상원과 동수의 캐릭터까지 모든 게 반복된다. 그리고 이 반복의 힘은 홍상수 감독 특유의 롱테이크와 줌업에 의해 증폭된다.

동수 역을 맡은 배우 김상경의 힘도 빼놓을 수 없다. 콜록콜록 기침을 하는 친구의 어린 딸에게 목도리를 씌워주고는 얼마후 다시 뺏는 동수 역을 김상경 말고 누가 할 수 있을까. 개그맨 뺨칠 정도로 불쑥불쑥 내던지는 그의 한마디 한마디 대사, 10년째 감독 데뷔만을 꿈꾸는 동수 역답게 언제 어느 자리에서나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생뚱맞은 분위기 연출도 압권이다. 과연 동수는 홍 감독의 분신일까.

영화는 그러나 끝내 재미만에 머물지 않는다. 2부가 1부를 반복한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 인생 자체에 대한 패러디가 아닐런지. 진부한 일상을 끊임없이 반복해야 하는 우리 자신이야말로 '3부'의 주인공일지 모르니까. 27일 개봉. 18세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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