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효 "감독님이 이제 사랑만 해보면 된대요"

[레인보우 인터뷰] '썸'의 히로인... '뻣뻣한 몸'고민 재즈댄스 배울래요

이규창 기자, 사진=박문호 기자 / 입력 : 2004.10.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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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의 히로인 송지효를 만나던 날, 먼 하늘의 회색 구름이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 들리는 교통방송 리포터의 멘트에 금세 서유진의 목소리가 오버랩된다. 전날 시사회에서 보았던 '썸'의 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고, 피곤과 긴장으로 가득한 두 남녀의 표정이 떠올랐다.

비록 송지효 자신은 강성주의 캐릭터에 더 매료되었지만, 영화의 내러티브를 이끈 주인공은 서유진이다. 카메라의 시선은 긴박한 엔딩신에서조차 사건을 해결할 강성주(고수)보다 호흡곤란으로 땀방울이 가득 맺힌 서유진(송지효)의 얼굴에 주목했다.


"눈으로만 이야기하라"는 장윤현 감독의 주문에 영화에서는 한두 가지 표정조차 좀체 보여주지 않았던 송지효. 그러나 압구정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녀의 첫 표정은 어린 아이처럼 환한 미소였다.

빨강.. 송지효의 열정

"제작보고회 때 처음 영상을 보고 눈물이 났어요. 고생했던 게 확 지나가면서 촬영했던 게 계속 떠올라서요. 아련한 추억처럼요."


그녀가 처음 연기자로 이름을 알린 것은 영화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여우계단'을 통해서지만, 그녀가 본격적인 '연기'를 시작한 것은 장윤현 감독의 영화 '썸'에서부터다.

"감독님께서 집에 있을 때 가장 많이 생각나는 사람이 가장 많이 괴롭힌 사람이라고 하셨는데, 그게 바로 감독님이더라구요" 촬영을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혼만 냈다는 장윤현 감독이지만, 지난 뒤 오히려 고마움을 느끼는 중이다. 서럽고 화도 났지만, 결국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들이었다고.

워낙 유명한 감독이라 처음엔 말도 잘 붙이지 못했던 그녀이지만, 마시지 못했던 술도 장윤현 감독과 함께 있으면서 많이 늘었다. "함께 일한 여배우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것 같아요" 장 감독에게 배우를 하면서 필요한 것 뿐만 아니라 인생과 사랑을 위해서 필요한 조언도 많이 얻었다. "저는 몸이 뻣뻣하니까 재즈 댄스를 해보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이제 해보려구요." 그녀는 이미 장 감독의 조언을 솜뭉치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주황.. 송지효의 끼

송지효는 표정이 깊다. 사진을 볼 때마다 또 한편의 CF가 나올 때마다 전혀 다른 얼굴이라 낯설기까지 하다. "얼굴이 볼록렌즈처럼 생겨서 메이크업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인대요" 하며 얼굴을 돌려보인다. 정형화되지 않은 얼굴이 그녀 자신도 마음에 드나 보다.

어머니가 애지중지하던 맏딸 송지효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사회경험이 백지 상태였다. 사회가 어떤 곳인지 궁금했던 그녀는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압구정동의 한 커피숍에서 새로운 세계로 초대 받았다.

"초창기에 저를 캐스팅해서 사장님을 '언니'라고 불러요. 그때나 지금이나 말이 굉장히 잘 통하고, 가끔은 엄마라고 부르고는 '어머 미안해' 그래요." 'O양 비디오'가 사회적 파문이 일으키던 당시 송지효의 어머니는 남자 매니저들 모두를 색안경을 끼고 대했다. 만약 당시 매니저였던 현 소속사 사장이 만약 여자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송지효는 없었을지 모른다.

패션지 모델로 시작한 송지효는 CF계에서는 이미 자리를 굳혔다. 롯데리아와 2억원에 계약을 맺는 등 이미 스타급 대우를 받고 있는 것. 그러나 연기자로서는 신인인 그녀는 어떤 마음일까. "예전에는 연기를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하다보니까 욕심이 생겨요. 경험도 쌓고 싶구요." 그녀의 연기자로서의 '끼'는 이제 막 피어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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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 송지효의 어린시절

"할아버지가 어릴 때부터 길러주셨어요. 부모와 자식간의 그것처럼 사랑하고 존경했죠."

그녀의 어린시절은 늘 든든한 버팀목인 할아버지가 함께였다. 한의사였던 할아버지는 잔병이 많았던 그녀를 정성껏 보살펴주었고, 또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송지효의 재능을 가장 먼저 알아본 사람도 그녀의 할아버지였다. "방송사에서 연기자 공채하면 응모해 보라고 여러 번 말씀하셨는데, 그땐 관심이 없었어요"

그러나 송지효가 사랑하던 할아버지는 지난 8월말 세상을 떠났고, 그녀는 한 달을 앓았다. "나는 잘 몰랐는데 주변에서 그러더라구요. 가족이 죽으면 그 사람을 아끼던 집안 식구가 아프다구요."

초록.. 송지효의 꿈

고등학교 시절 그녀는 미래의 직업으로 건축디자인을 꿈꿨다. 아버지에게서 영향을 받아 의례 그렇게 되어야 하는 줄 알았다. 그러다 대학을 갈 때는 가산점을 위해 고등학교의 전공을 따라 세무회계과를 선택했다. 나중에 더 좋은 곳으로 편입하겠다는 의례 그 또래의 대학생들과 같은 생각이었다. 편입과 자격증시험을 준비하던 중 그녀는 연예계에 데뷔했다.

"전도연씨처럼 '사람 냄새' 나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존경하는 배우로 전도연을 꼽는 그녀는 이제 자신의 꿈이 '연기자'라고 당당히 외친다. "지금도 엄마는 제가 지쳐있으면 안스러워서 그만두라고 하세요. 그런데 막상 제 CF가 나오면 TV앞에서 안 떨어지세요" 처음에 그토록 반대했던 어머니가 지금은 그녀의 꿈에 가장 든든한 조력자가 되었다.

그녀의 연기자로서의 포부가 궁금했다. "'썸'이 제 당당한 대표작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렇다고 스타가 되는 건 바라지 않아요. 그랬다면 드라마를 찍었겠죠." 그녀는 앞으로도 계속 영화만을 욕심 낼 생각이다. 그렇다면 그녀가 꿈꾸는 사랑은 어떤 모습일까. "연기자는 눈물과 사랑을 알아야 한다는데, 장 감독님이 전 이제 사랑만 해보면 될 것 같다고 하셨어요. 전 아빠같은 분을 좋아해요. 한번에 확 오는 사람보다 천천히 두고두고 알아가는 듬직한 느낌이 좋거든요."

파랑.. 송지효의 스트레스 해소

"과격하고 피 흘리고 다치는 걸 좋아해요. 변태같나봐요" 환히 웃는 입술 사이로 나온 단어가 '변태'라니? 그녀는 스트레칭 같은 정적인 운동은 지루해서 싫단다. 그녀는 웨이크보드, 스노우보드, 권투 같은 땀 흘리고 격렬한 운동에 푹 빠진다. 권투 두 달, 태권도 빨간띠, 웨이크보드, 스노우보드.. 그녀가 여태껏 배운 운동의 이력이다.

'여우계단'을 찍을 때 배운 발레는 어땠을까. "뿌린만큼 거둔다는 게 제 생활철학인데, 노력한 만큼 안되는 것도 있다는 걸 알았어요." 그만큼 발레는 그녀에게서 먼 존재였다. 몸이 뻣뻣해 발레같은 운동은 잘 못한다고. 그래서 장윤현 감독의 조언대로 재즈 댄스를 시작해 볼 생각이다. "격렬한 에너지를 쏟아내는 걸 좋아해요. 스트레스가 확 풀리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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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색.. 송지효의 힘든 과거

데뷔 초창기의 아픈 기억을 그녀는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한 아이스크림 광고를 하면서 차츰 사람들이 그녀를 알아보고, 인터넷 게시판에 그녀에 대한 글이 올라오기 시작하던 무렵이다. 어느날 그녀는 게시판에서 충격적인 글을 접했다. "몸 팔지 말아라" 그 한 문장이 뇌리에 박혔다. 게다가 그 글을 남긴 사람이 고등학교 동창으로 밝혀져 그녀의 상처를 더욱 깊게 했다.

친한 사람들 외에는 폐쇄적으로 대했던 자신의 성격을 탓해 보기도 했지만, 그 후로 인터넷에 접속하기가 두려워졌다. 한 팬카페의 회원이 8천명이 넘었다고 전하자 "그래요? 예전에 들어갔을 땐 3천명이었는데.. 무안하고 두렵기도 해서 못 들어가요" 라고 말한다.

'무안하다'는 단어가 쉽게 입력되지 않는다. 무슨 뜻일까. "아직 연예인이라는 생각이 안들어요. 누가 관심을 보여주면 고마운데, 한편으로는 낯설고 부끄러워요" 신인의 낯설음에 더해 그녀의 아픈 기억이 아직도 자리하고 있다.

보라.. 송지효의 비밀

"귀신을 본 적이 딱 두 번 있는데, 그 얘기를 하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해서 얘기를 안해요" 그녀가 들려준 것은 흔하디 흔한 귀신이야기였다. 그러나 사람들이 그녀를 이상하게 생각한 건 그녀의 반응 때문. "사람들은 귀신을 보거나 무서운 일을 당하면 잠을 잘 못 자는데, 저는 오히려 떨치려고 잠을 자요. 귀신 봤네, 무서워, 잠 자야지.. 이렇게요" 유난히 겁이 많고 소심한 성격이라는 그녀는 '두려움'을 남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회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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