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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2① '보이지않는 사랑' 신화의 시작

[1992~2000 다운타운차트 집중분석]스타뉴스·한국DJ클럽 공동기획

머니투데이 김관명   /  입력 : 2012.12.03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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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2월17일자 한국DJ클럽 차트70
1990년대는 많은 가요팬들이 인정하듯 '한국 대중가요의 황금기'였습니다. 80년대처럼 언더와 오버가 확연히 구분되지 않으면서도 발라드, 댄스, 힙합, 록, 트로트 등 다양한 장르가 두루 사랑을 받았으니까요. 또한 '복고와 향수의 소비'라는 측면에서도 70, 80년대와 달리 그리 촌스럽거나 먼 과거처럼 느껴지지 않으니까요.

두말 할 필요 없는 그 강렬한 흔적의 증좌가 바로 올해 H.O.T, 젝스키스 등에 대한 추억을 되살린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의 폭발적 인기입니다.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1994)이 스테레오 사운드로 울려 퍼졌던 영화 '건축학개론'의 흥행 신화는 또 어떻고요. 엠넷 '슈퍼스타K4'나 MBC '나는 가수다2', KBS '불후의 명곡2'가 끊임없이 내놓았거나 내놓는 리메이크 원곡도 대부분 '1990년대' 산(産)입니다.

스타뉴스와 한국DJ클럽(대표 김인영)은 이 '한국 대중가요의 황금기' 1990년대를 꼼꼼히 정리하고 분석, 21세기 K팝의 원초적 감수성을 이해해보고자 '1992~2000 다운타운차트 집중분석'이라는 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 1990년 발족한 한국DJ클럽이 발행해오고 있는 오프차트 '한국 DJ CLUB CHART'(이하 DJ차트)를 기반으로 1990년대 한국 대중가요 신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이었는지 연대기적으로 살펴볼 예정입니다. 결국은 21세기 K팝의 90년대 퍼즐을 다시 맞추는 작업일 수도 있겠습니다.

'DJ차트'는 1990년대 당시 성업을 이뤘던 서울과 지방의 음악다방 신청엽서 집계로 100% 이뤄진 만큼, 당대 가요팬들의 음악적 취향이 더욱 직접적으로 반영된 자료라고 여겨집니다. 시리즈 첫 회는 현재 남아있는 'DJ차트' 중 가장 오래된 1992년 2월17일자(2월 셋째주) 차트부터 시작합니다. 이후 K팝 1990년대 역사에서 특이할 만한 노래와 가수와 흐름이 포착되는 특정 발행시점의 차트를 지정, 매주 1회씩 연재합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1992년 2월셋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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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2월17일자 한국DJ차트. 신승훈 양수경 변진섭 이상우 강수지 김완선 이승환 015B 윤종신 故 김현식-김광석 등 반가운 이름이 눈에 띈다
"1990년대 가요계는 발라드, 댄스, 록, 트로트 음악이 균형있게 대중적 사랑을 받았던 시기였다. 어쩌면 한국 대중음악의 르네상스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90년대 초중반의 음악흐름은 전 장르가 다양한 음악군을 형성하며 높은 음반 판매고를 올렸다. 이러한 흐름의 시작선이 1992년이라 할 수 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출현으로 기존 음악장르에 비해 진일보된 음악관을 표출하며 바야흐로 댄스음악의 중흥기를 예고하고 이러한 현상은 한편으론 특정장르의 획일적인 출현의 아쉬움으로 이어지지만 다양한 장르의 대형가수들이 대거 등장하게 된다. 92년은 신승훈과 서태지와 아이들로 양분되며 다가오는 93년 한국대중음악의 중흥기를 예고한다."(김인영 한국DJ클럽 대표)

1992년 2월17일자(2월 셋째주) DJ차트를 보면 91년 말부터 92년 초까지 가요신의 히트곡 풍경을 비교적 자세히 알 수 있다. 91년 11월 발매한 신승훈의 '보이지 않는 사랑'이 8주 연속 차트에 머물며 3주 연속 1위를 지켰고, 윤상이 작곡한 강수지의 '시간속의 향기'(9위), 손무현이 작곡한 김완선의 '가장무도회'(10위)가 무려 15주 동안 차트에 머물며 상위권을 지켰다.

2위를 차지한 박준하의 '너를 처음 만난 그때'는 손지창 김원희 김혜선 주연의 MBC 드라마 '무동이네 집'에 삽입돼 엄청난 인기를 끈 곡. 또한 이 날 차트에 새로 진입한 김국환의 '타타타'(68위)도 원래 91년 2월 발매된 곡이었으나 이 해 MBC 인기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에 자녀를 결혼시킨 두 여주인공(김혜자 윤여정)의 허탈한 심정을 대변하는 노래로 삽입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록발라드 '옛이야기'로 6위에 오른 김규민은 91년 이승철 콘서트에 참여하면서부터 이름을 알린 당시 전북대 4학년에 재학 중이던 23세의 신예. 거침없는 창법도 창법이지만, '왜 이리 늦었냐고 그대 내게 물어오면/ 세월의 장난으로 이제서야 왔다고'라는,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친구에게 바친 비장한 가사가 당대 가요팬들의 가슴을 후벼 팠다.

지금은 불귀의 객이 되고만 고(故) 김현식의 91년곡 '내사랑 내곁에'(17위)와 '추억만들기'(46위), 고(故) 김광석의 91년곡 '사랑했지만'(18위)도 92년 들어서도 여전히 높은 인기를 얻었다. 지난해 '나는 가수다'로 신들린 가창의 세계가 뭔지 제대로 보여준 임재범이 '이밤이 지나면'(19위), 지금도 왕성히 활동중인 윤종신과 이승철이 각각 '처음 만날 때처럼'(15위)과 '그대가 나에게'(50위)로 팬들의 변함없는 사랑을 받은 것도 91~92년 빼놓을 수 없는 풍경이었다.

DJ차트는 2월 셋째주 차트논평('가요 차트비트')을 이렇게 남겨놓았다.

'..윤종신의 '처음 만날 때처럼'이 10위권 진입을 예고하고 있다. 여러 장르의 곡들이 출연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스탠다드 계열을 연상케 하는 김국환의 '타타타'가 금주 68위에 새 진입했으며, 다소 풍자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노영심의 '별 걸 다 기억하는 남자'가 64위에 진입했다. 댄스음악으로는 신승훈의 '우연히'가 가히 폭발적인 사랑으로 53위에 진입했으며, 트리오 부재 속에 코스모스의 '자꾸 되돌려 보게 되는 비디오테이프'가 대중들의 선호에 힘입어 69위에 새 진입했다..'

'보이지 않는 사랑' 신화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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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훈 ⓒ임성균 기자
발라드. 1985년 이광조의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의 인기 이후부터 가요팬들은 이런 부류의 노래를 '발라드'라 부르기 시작했다. 잔잔한 피아노 선율에 맞춰 사랑을 주로 노래 한 이 발라드는 통기타가 중심이 됐던 70년대 포크와는 그 질감과 세계관이 확연히 달랐다. 그리고 80년대 후반 가요계를 지배한 발라드 열풍 핵심에는 '난 아직 모르잖아요'(1986), '이별이야기'(1987), '사랑이 지나가면'(1987), '광화문연가'(1988) 등의 메가 히트를 계속해서 쏟아낸 이문세-고(故) 이영훈 콤비가 있었다.

'홀로 된다는 것'(1988)의 변진섭이 마지막으로 버틴 1980년대 후반의 발라드는 90년대 들어 싱어송라이터 신승훈에게 바통을 넘겼다. 대전의 다운타운에서 활동하던 무명가수 신승훈은 1990년 발표한 1집 타이틀곡 '미소속에 비친 그대'를 통해 단숨에 '발라드의 황제'라는 칭호를 얻었다. 그리고 91년 11월 발표한 2집(프로듀서 김창환)에서 또 한 번 빅히트를 기록한 노래가 바로 1992년 2월17일자 차트 기준 3주 연속 1위(8주 연속 차트 진입)를 차지한 '보이지 않는 사랑'이었다.

'..그중에서 가장 슬픈 건/ 날 사랑하지 않는 그대/ 내 곁에 있어달라는 말 하지 않았지/ 하지만 떠날 필요 없잖아/ 보이지 않게 사랑할거야/ 너무 슬퍼 눈물 보이지만/ 어제는 사랑을 오늘은 이별을/ 미소짓는 얼굴로 울고 있었지/ 하지만 나 이렇게 슬프게 우는 건/ 내일이면 찾아올 그리움 때문일 거야'('보이지 않는 사랑')

'보이지 않는 사랑'은 무엇보다 고음에서 더 깨끗한 신승훈의 놀라운 가창과 '내 곁에 있어달라는 말 하지 않았지' 등의 가사에서 느껴진 비장하고도 비범한 정서가 매력이었다. 더욱이 노래 시작하자마자 들린 베토벤의 가곡 샘플링 'Ich liebe dich so wie du mich/ am Abend und am Morgen..', 김광석 손진태 함춘호 신대철(이상 기타) 이정식(색소폰) 배수연(드럼) 김명곤(신디사이저) 등 당시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거의 오케스트라급 세션 연주도 여느 발라드와는 '차원'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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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훈 2집
김인영 한국DJ클럽 대표는 신승훈에 대해 "전형적인 감미로운 미성으로 발라드음악의 강점이라 할 수 있는 감상적 측면에 있어서 90년대를 풍미했다"며 "신인가수 최초의 밀리언셀러 가수로 사랑받아온 신승훈은 현재까지도 발라드 가수들이 답습해야 할 창법의 교과서로 인정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결국 이 '보이지 않는 사랑'은 DJ 차트에서 10주 연속 1위라는 대기록을 세우게 된다. 뿐만 아니라 2집 수록곡인 '가을빛 추억' '우연히' '오늘만은' '쉬운 이별' '날 울리지마' 등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진정 '발라드 황제' 신승훈 신화가 이 해 2월 이미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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